작가 이호철씨, 「한살림 통일론」책내

  • 입력 1999년 4월 13일 19시 38분


“잔소리 말구 한 번 살아봐.”

지난해 8월말 열흘 동안의 여정으로 북녘땅을 밟고 돌아온 작가 이호철(67). 귀환 후 “어떻더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한 대답이 이랬다. “이론으로 이러구 저러구 하기보다는 북한사람들의 삶을 마음으로 느껴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가 북한방문 이후의 생각을 정리해 ‘한살림통일론’(정우사)이란 책을 냈다. 자신의 문학과 일상을 지배해온 ‘통일’이라는 화두를 총정리한 것.

이호철은 함경남도 원산 태생. 50년 12월 단신 월남했다.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대표를 맡는 등 남한사회의 문제에 소신있는 발언을 해온 그지만 북한을 보는 시선은 부드럽지 않았다. 사춘기 소년시절 스탈린방식으로 북한체제가 만들어지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 남한의 군사정권도 북한체제의 획일성에 비하면 ‘피에로 장난같은 것’(90년12월9일 동아일보)이라고 생각했다.

“북한체제에 강한 혐오감을 갖고 있었죠. 그런데 50년만에 그 사람들과 다시 만나보니 내 입장이 많이 완화되더라구요.”

그가 주장하는 ‘한살림’은 민간차원의 만남을 통해 남북사이에 정분을 쌓아가자는 것. ‘정부’나 ‘당국’은 필요할 때 잠시 나서서 ‘알선’만 하라는 주문이다.

‘북한에 순수민간이 있느냐’ ‘저들의 선전공작에 흥분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 그는 고개를 젓는다.

“9박10일간 북한 여행에서 만난 사람은 공무원 신분의 안내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질박하고 음전한 인간으로서의 품위가 내 마음을 흔든 거예요. 여러 사람이 여러 국면으로 만나다 보면 결국은 개개인의 감정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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