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1999년 3월 18일 19시 16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임마누엘 월러스틴(69·미국 빙엄튼 뉴욕주립대). ‘세계체제론’을 통해 중심부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주변부 자본주의가 발전하지 못한 원인을 규명,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사회학자다. 그가 자신의 학문적 역량을 결집해 자본주의 미래를 예언한 책이 ‘유토피스틱스(Utopistics)’.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된 직후 ‘자본주의의 종말’이란 화두를 던지며 학계에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유토피스틱스’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는 뜻의‘유토피아(Utopia)’에 학문활동을 뜻하는 어미 ‘이스틱스(istics)’가 결합된 조어. 이상향이 아니라 역사적 대안을 찾기 위한 행위라고 월러스틴은 밝힌다.
5백여년 동안 지속된 자본주의 세계체제를 역사적 단계에 따라 분석한 월러스틴은 ‘68년 세계혁명’과 ‘89년 동구권의 몰락’을 오히려 자본주의 종말의 시초라고 설명한다. 사회주의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냉각장치이자 중요한 구성요소였다는 것. 이 장치가 사라진 자본주의 세계체제는 급격한 붕괴를 맞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근본적인 자본주의의 위기로 △생산비의 증대로 지속적 이윤창출 불가능 △자본축적을 가능케 했던 국가의 쇠퇴 △생태계의 위기 등 3가지 요소를 제시한다.
자본주의도 결국 역사 속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체제일 뿐.그렇다면 다음 체제는 무엇일까. 월러스틴은 좌파의 이론이었던 진보의 ‘필연성’은 단호히 거부한다. 대신 ‘복잡성의 과학(Science of Complexity)’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는다.
“혼돈은 새로운 질서를 탄생시킨다. 그러나 더 나은 체제가 될지, 끔찍한 체제가 될지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 체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는 구조가 개인과 집단의 자유의지를 능가하지만 분기(分岐)와 이행의 시기에는 인간의 자유의지가 결정력을 지닌다. 이것이 21세기를 앞둔 우리의 ‘선택’이자 ‘기회’인 것이다.” 백영경 옮김. 창작과비평사. 7,000원.
〈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