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내달 버스카드제 시행…충전소적어 불편클듯

  • 입력 1999년 3월 14일 20시 27분


서울시가 4월1일부터 버스토큰 판매를 중단하고 버스카드제를 전면 시행키로 했으나 카드충전소 확대 등 사전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시는 버스카드제 정착과 버스 운송 사업자의 투명한 회계관리를 위해 다음달부터 토큰 판매를 중단하고 10월1일부터는 토큰 사용도 일절 금지키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시민들은 버스카드 충전소에서 카드보증금 1천5백원을 포함해 1만1천5백원을 주고 카드를 구입하거나 잔돈을 미리 준비해 버스요금(성인 기준 도시형 5백원, 좌석 1천원)을 현금으로 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카드 충전소가 턱없이 부족한데도 별다른 확충계획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현재 서울시내 카드충전소는 토큰 판매소(2천5백여곳)보다 훨씬 적은 1천9백여곳. 카드충전소는 24시간 편의점 등에도 설치가 가능하지만 서울시는 버스카드회사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충전소 확충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시민 이재수씨(35·서울 마포구 성산2동)는 “그동안 토큰 판매소가 문을 닫는 일요일이나 심야에는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잔돈을 바꿔 버스를 이용해왔다”며 “앞으로 토큰을 안팔면 1천원짜리를 내고 시내버스를 타게 되는 일이 많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버스카드를 사서 쓰면 되지 않느냐”는 입장만 고집할뿐 버스운전사가 잔돈을 교환해주도록 하는 등의 보완책은 전혀 준비하지 않고 있다.

또 카드 신규 수요가 폭주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시와 조합측은 “현재 사용중인 카드는 1백만장에 불과하지만 그동안 팔린 걸 다 합치면 6백만장에 달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별다른 대비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잠자고 있는 카드’의 상당수는 고장이 났거나 분실된 경우인 점을 감안하면 카드 도입초기인 96년 수개월간 계속됐던 카드 품귀현상이 재연될 우려도 없지 않다.

잦은 카드 고장도 문제다. 버스조합은 “카드 불량률이 총 판매량의 1.3%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론 카드가 갑자기 ‘먹통’이 돼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엔 카드 구입시 추가로 낸 1천5백원의 환불보증금도 되돌려주지 않고 있다.

녹색교통연합 민만기사무차장은 “지하철과 버스를 카드 하나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대중교통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송회사의 수입 관리를 투명하게 하려면 버스카드제를 점차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지하철과의 카드연계 시스템이 요원한 현 시점에서 충분한 준비없이 무리하게 카드제만을 고집할 경우 시민 불편이 적잖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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