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까치사냥」주민들 반발…『길조잡다니…』

  • 입력 1999년 2월 25일 19시 24분


‘꼭 까치를 잡아야 하는가.’

한국전력 강원지사가 ‘정전사고의 주범’인 까치를 퇴치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수렵면허증을 따도록 권장하는 등 본격적인 ‘까치사냥’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전 강원지사는 전선을 보수하는 배선요원들이 공기총으로 직접 까치를 잡도록 하기 위해 수렵면허증 획득을 권장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산림청은 94년 까치를 유해조수로 분류, 포획을 허용했다.

한전측에 따르면 강원도 내에서는 98년 한해동안 76건의 정전사고가 발생했으며 이중 27건(36%)이 전선에 지은 까치집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직접 퇴치작업에 나섰다는 것.

한전 강원지사측은 “배선요원 1백명 중 이미 8명이 수렵면허증을 땄으며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배선팀(4인1조)마다 공기총을 1정씩 배정해 까치를 잡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강원도 내 18개 시군 중 강릉 홍천 평창 고성 양양 등 5개 시군이 까치를 지자체 상징새로 삼고 있고 주민들도 “길조를 잡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강원대 권오길(權伍吉·생물학과)교수는 “예로부터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며 “주민들의 정서를 감안해 실효성도 없는 사냥계획은 백지화하고 다른 피해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춘천〓최창순기자〉cs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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