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두거장 색다른 선율로 「絃위의 대결」

  • 입력 1999년 2월 10일 18시 59분


첼리스트 비스펠베이의 연주회에서 청중은 여러번 타임머신을 탄다. 바하시대의 작품은 양창자(거트)현을 꼬아 건 고악기(古樂器)로, 현대작품은 강철현을 건 현대악기로 그 시대의 뉘앙스를 살려 연주하는 흔치 않은 연주자이기 때문.

비스펠베이의 콘서트는 시대와 시대가 서로 호흡하는 특별한 이벤트이기도 하다. 그의 바하는 낭만주의 작품처럼 표정이 다채롭고, 그의 낭만주의 곡은 바로크 시대처럼 여운이 깊어진다. 건축적인 음의 ‘황금비’를 벗어나지 않는, 과대포장을 피하는 농익은 균형미가 그의 연주에 있다. 이제 36세에 불과한, ‘연륜’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른 나이인데도.

고악기 첼로연주의 대가 안너 빌스마의 ‘재래(再來)’로 불리는 비스펠베이가 28일 오후7시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두번째 내한연주를 갖는다. 96년 첫번째 내한연주회가 메마른 공연장 음향 때문에 레퍼토리가 바뀔뻔 한 ‘위기’속에서 치러졌던 데 비하면 이번에야 그의 진면목을 마주대할 수 있을것 같다.

프로그램은 96년 ‘옛 음악처럼 비브라토(현의 떨림)을 배제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던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바하 무반주 첼로모음곡 1번, 레거 무반주 첼로모음곡 1번, 프랑크 소나타 A장조로 짜여진다. 02―598―8277(크레디아)

비스펠베이에 앞서 현역 첼로계를 대표하는 거장이자 장한나를 키워낸 지한파(知韓派)로 알려진 미샤 마이스키도 무려 일곱번째가 되는 내한연주회를 갖는다. 24,25일 오후7시반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24일에는 소나타 2,3번과 변주곡 등 베토벤의 대표곡들로 프로그램을 짰고 25일에는 생상 소나타 1번, 브람스 소나타 1번등 낭만주의 작품들을 연주할 예정.

비스펠베이도 베토벤의 소나타와 변주곡들로 레퍼토리를 구성하려 했지만 “대중성이 적다”는 공연기획사의 만류로 더 ‘말랑말랑한’ 프로그램을 엮는 바람에 두사람의 ‘베토벤 대결’은 무산됐다. 연주작품과 주자 양면에 있어서 우리 청중들의 ‘편식’을 반영하는 일화가 될 듯. 02―3474―2354(빈체로)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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