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東亞 신춘문예/문학평론 당선소감]변지연

  • 입력 1999년 1월 3일 20시 09분


흐린 겨울날, 무슨 깃털과도 같이 가볍게 날아든 당선 소식에 한참을 어리둥절해야 했다. 기쁨인지 두려움인지 모를 복잡한 감정이 흡사 하늘로 솟는 새떼처럼 가슴을 휘젓고 지나간다. 사는 일에 유독 불안이 많았고 그래서 끝없이 소심했던 나에게, 삶은 이렇게 문득 문 하나를 열어 보이는 것인가. 이 문이 과연 나를 어떤 곳으로 이끌고 갈 것인가를 나는 미처 알지 못한다. 오직, 비긋이 열린 문틈으로 새어나오는 낮은 목소리를 또렷이 들을 수 있을 뿐이다. ―더욱 치열하고 정직하게 삶과 문학에 투신할 것!

그동안 내 곁에는, 어설픈 내 문학 수업이나마 다사로운 애정으로 다독여 주신 많은 분들이 계셨다. 늘 새로운 시각과 열정으로 문학의 깊이와 외연을 확장할 것을 깨우쳐 주신 한용환 교수님, 작은 가능성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찾아내어 알뜰히 격려해 주신 홍기삼 교수님, 남다른 관심으로 ‘조용한’ 나를 흔들어 깨우신 김인호, 채명식 선생님 및 동국대 국문과 선후배 여러분, 그리고 생각만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생태문화연구회’가족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어쩌면 문학에 아내를 빼앗겨 버렸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그럼에도 짜증 한번 내지 않고 든든히 지켜보아 준 남편, 공부한답시고 자주 ‘직무를 유기하는’며느리에게 한없이 관대하셨던 시부모님께도 그간의 송구했던 심경을 이 자리를 빌어 털어놓고 싶다. 그리고 고난 속에서도 어느 누구보다도 열렬히 자식을 후원해 주신 나의 부모님께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경의를 표한다. 마지막으로, ‘문’을 열어주신 심사위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65년 전남 장성 출생 △동국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현재 경기 성남시 수내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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