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 한창완교수가 본 재미있는 만화]

  • 입력 1998년 12월 31일 18시 06분


새해에도 재미있는 만화를 보고 싶다. 단행본만화도 각양각색. 97년 한해에 쏟아져나온 만화만도 3천4백여종에 5천8백여만권.

지난해 출간돼 2만부 이상 팔린 20, 30대 중심의 만화들을 대상으로 대중성 오락성 작품성 예술성 작가정신 등 5개 분야에 대해 세종대 영상만화학과 한창완교수가 평가했다. ★표 5개가 만점.

[무협만화]

배경은 대개 중국의 중원. 선과 악의 극단적 대립속에 원수를 갚으려는 주인공의 간단치 않은 역사가 기승전결(起承轉結)의 방식으로 펼쳐진다.

▽용비불패〓이재학 하승남 황재황성 등으로 대표되던 무협만화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문정후의 대표작. 전자오락게임처럼 단계별로 파편화된 이야기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특이한 형태. 한차원 버전업된 무협만화. 유머가 가득하면서 유치하지 않다. ★★★

▽열혈강호〓2백만 이상의 독자들을 사로잡은 신세대 신감성 무협만화.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특징적인 캐릭터를 부여.글 전극진,그림 양재현.선악이 특정되지 않은 것도 특징. 단선적인 스토리 전개를 탈피하는 등 기존 무협만화와 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음. ★★★

[순정만화]

일본에서 특화된 장르. 70년대 ‘캔디캔디’ ‘베르사이유의 장미’가 초기 대표작. 60년대 가족만화로 출발한 한국 순정만화는 70년대 초등학교소녀만화를 거쳐 80년대 중고교여학생 독자를 창출하면서 정착. 우리시대 최고의 순정만화 작가로 꼽히는 황미나의 탄생도 80년대. 이어 ‘북해의 별’의 김혜린, ‘아르미안의 네딸들’의 신일숙, ‘별빛 속에’의 강경옥, ‘블루’의 이은혜가 등장. ‘언플러그드 보이’의 천계영은 98년 혜성같이 출현.

청소년 취향으로는 이빈의 ‘걸스’ ‘크레이지 러브스토리’, 나예리의 ‘네 멋대로 해라’ 등이 대표작.

▽언플러그드 보이〓98년 최고 인기 순정만화. 주인공(현겸)이 풍선껌 TV 광고의 주인공으로 등장했을 정도. 17세 고교 재수생인 현겸은 여자친구 지율이 자신을 쉽게 알아보라고 풍선껌을 항상 씹고 다님. 90년대 한국 고딩들이 경험하는 아르바이트 미팅 등 ‘세대문화’가 살아 숨쉬는 작품. ★★★★

▽오디션〓천재음악소년 4명의 성장기를 다룬 천계영의 또다른 순정만화 히트작. ★★★

▽레드문〓SF순정만화. 30대 후반인 작가 황미나가 ‘20년 세대차’를 극복하고 신세대 입맛에 맞게 엮었다. ★★★

[캠퍼스만화]

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주먹의 일인자 주인공과 여자친구, 주인공을 누르고 ‘짱’이 되려는 수많은 경쟁자들이 벌이는 우정과 갈등 등 ‘뻔한’ 스토리. 결론은 항상 해피 엔딩.

▽짱〓98년 중고교의 실제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 폭력서클 왕따 입시 촌지 등. 주인공 현상태는 중고교의 ‘현상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적 인물이다. 진지함과 유머, 그리고 의리를 통한 감동이 살아있는 작품. 글 김태관, 그림 임재원. ★★

▽힙합〓SBS 댄스팀 리더 출신인 김수용의 작품. 브레이크댄스에서 힙합까지 댄스의 역사가 담겨진 전문만화. 춤 동작 하나하나에 대한 전문적 해설도 곁들여 힙합춤 교본 역할도. 댄스가수들도 양념으로 등장. 학교의 폐쇄성을 춤이란 소재를 통해 해결하려는 몸부림을 보여준다. 골목에서 주먹으로 승부하는 일본식 캠퍼스물에 대항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실험작. 배지 편지지 카드 등 힙합의 캐릭터 상품까지 등장.★★

[요리만화]

일본이 개척한 새로운 만화영역. 미식가 수준을 넘어 전문가에 가까운 자료수집이 돋보인다. 요리 과정보다 재료부터 세심하게 취재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끊임없는 경쟁과 시합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자장면〓지난해 말 창간된 격주간지 ‘부킹’에 연재되고 있는 허영만의 요리만화. 사회의 홀대 속에서도 최고의 자장면 요리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소년 ‘치얼’이 주인공.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여섯달동안 자장면의 대가들을 찾아 중국요리에 대해 취재. ★★★

[일본만화]

폭력성과 선정성. 일본만화를 얘기하는데 빠질 수 없는 단어. 그렇다고 일본만화가 모두 ‘유해만화’는 아니다. △출판만화 이전에 TV시리즈 26부작으로 소개돼 일본과 한국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신세기 에반게리온’(★★★) △독특한 탐정물로 긴박함과 정교함을 갖춘 ‘소년탐정 김전일’(★★) △성인용이지만 유치원생이 주인공인 특이한 시트콤 형식의 ‘짱구는 못말려’(★) △최초로 수입된 일본 사무라이 검객만화 ‘바람의 검심’(★★★).[기타]

명랑만화계열의 ‘건빵 한봉지’(★★★) ‘검정고무신’(★★) ‘까꿍’(★★★)과 박성우의 무협만화 ‘천랑열전’(★★).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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