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흥청망청에 묻힌 「IMF 크리스마스」

  • 입력 1998년 12월 25일 08시 51분


크리스마스 캐럴에 취한 젊은이들, ‘이브’에 쏟아져나온 사람들로 서울 도심은 불야성을 이뤘다. 강남의 유명 나이트클럽과 호텔 카페 등은 평소보다 몇갑절 비싼 가격으로 성탄절 ‘대목’을 즐겼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J나이트클럽. 서울에서 손꼽히는 이곳에는 ‘이브’를 즐기려는 젊은이들이 24일 낮부터 속속 몰려들기 시작했다. 개장을 3시간 앞둔 오후 3시. 룸이 20개뿐인 이 나이트클럽에서 ‘환락의 밤’을 즐기려는 70여팀 3백여명의 젊은이들이 자리차지하기 경쟁을 벌였다. 이들은 ‘가위 바위 보’로 방을 추첨해 배정받았다.

평소 이곳의 룸 ‘기본’ 가격은 국산양주 한 병과 과일안주 한 접시에 50만원. 그러나 이날은 20만원짜리 양주 2병이 ‘기본’. 팀당 71만원이 ‘이브 가격’으로 책정됐지만 오후 3시반경에는 20개룸뿐만 아니라 2백개 테이블의 95%이상이 일찌감치 가득찼다.

종업원 K씨는 “지난 여름부터 크리스마스 예약을 했던 70여개팀이 이날 추첨을 했으며 룸마다 1백50만∼2백만원의 수입을 내다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W카페. 커피 등 값싼 메뉴를 모두 지운 크리스마스용 특별 메뉴판을 새로 제작했다. 메뉴 대부분이 평소보다 최소 30%, 많게는 갑절이 넘는 가격이 적혀 있었다. 강남 일대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었으며 기존 메뉴판을 사용한 업소도 대부분 스티커를 덧붙여 특별가격을 받았다.

그러나 이같은 가격에라도 입장을 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 강남 R호텔 양식당은 이미 일주일 전 예약이 모두 끝났으며 이날 하루 9만5천원짜리 크리스마스 특별 세트메뉴가 날개 돋친듯 팔렸다.

T레스토랑 등 가족형 레스토랑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 오전에 예약이 끝났으며 저녁무렵에는 대기자가 1백여명 이상 몰려 가족이나 연인끼리 자리가 나기를 기다렸다.

서울 유흥가 모텔과 여관들도 평소 가격보다 두세배, 더러는 4배에 달하는 객실료로 손님들을 맞았다. 서울 신촌의 S모텔의 경우 평소 2만5천원인 숙박료가 이날은 10만원. 그래도 밤11시경에는 방이 모두 찼다.

이날 서울 강남일대는 25일 새벽까지 ‘이브족’들로 붐볐고 차량체증도 극심했다.

〈이 훈·박윤철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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