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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2월 18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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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템포로 박력있게 밀어붙이는 지휘자 주빈 메타의 리드, 야외무대에 걸맞게 편성을 대폭 늘인 관현악과 합창이 어울린 실황음반은 쯔진청 ‘투란도트’공연이 단지 화제성 관광상품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탁월한 예술적 성취를 보여준, 질과 양 모두의 ‘거대공연’이었음을 증명한다.
역시 오페라 공연의 면모는 지휘자의 손끝에서 90% 결정되는 것일까. 메타의 악보읽기는 27년전 그가 파바로티와 서덜랜드 등을 기용해 녹음했던 데카판 ‘투란도트’전곡음반과 놀랄 정도로 같다. 특히 아리아‘울지마라 리우’에서 징을 치는 도전의식까지 이어지는 중창과 합창의 클라이맥스는 템포를 당겨 밀어붙이는 메타의 손끝에서 예전 음반과 ‘경이적’일 정도로 흡사하게 들린다.
공연 자체의 명성에 못미치는 2급 출연진의 면면이 청중의 발길을 주춤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가수들의 역량 역시 기대이상이다. 칼라프 역 세르게이 라린은 슬라브계 테너 특유의 투명한 고음으로 청중을 매혹시키고, 투란도트 역 카솔라가 보여주는 포르티시모도 나름대로 괜찮다. 리우 역 프리톨리만이 특색없는 노래와 빈약한 볼륨으로 다소 처질 뿐.
녹음은 최상이라고 하기 어렵지만 야외공연의 산만한 분위기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합창과 관현악이 포르티시모의 클라이맥스를 향할 때는 방향을 구분하기 힘든 광대한 공간의 잔향이 어우러져 오히려 더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적절한 편집을 통해 돌발적인 잡음이나 박수도 커트됐다. RCA. 02―3420―0127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