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의 酒仙은 황진이』…남태우교수 책 펴내

  • 입력 1998년 12월 13일 19시 06분


한국 최고의 주선(酒仙)은 누구일까. 그 주인공은 조선의 명기(名妓)였던 황진이. 2,3위는 시인인 변영로, 조지훈이 차지했고 김삿갓 김시습 임제 김동리 임꺽정 대원군이 그 뒤를 이었다. 원효대사 연산군 마해송은 공동 10위.

남태우 중앙대교수는 각종 자료, 명사들의 추천을 토대로 이같은 리스트를 작성, 최근 펴낸 책 ‘비틀거리는 술잔, 휘청거리는 술꾼이야기’(열린문화)에 담았다.

▼황진이〓주선(酒仙)중의 주선이자 한국 낭만파의 거장. 기라성같은 사내 술꾼들을 제치고 당당히 최고의 자리에 등극. 뛰어난 시서(詩書) 소리와 술로 당대의 문인과 거유(巨儒)들을 휘어 잡았다.

▼변영로〓술과 시, 이상(理想)에 취해 살다간 두주불사(斗酒不辭)의 시인. 이미 대여섯살 때 술독에 기어올라가 술을 훔쳐마신 천부적인 술꾼.

▼조지훈〓밤새 눈 한번 붙이지 않고 통음(痛飮)을 해도 한치의 흐트러짐이없었던,술의 선비.

▼김삿갓〓술과 시로 세상을 풍자하며 산천을 주유(周遊)했던 풍류의 주선.

▼김시습〓시대의 불의와 자신의 불우함을 술로 달랬던 술꾼. 초야를 떠돌면서도 툭하면 대취(大醉)한 채 거리를 활보.

▼임제〓황진이의 묘 앞을 지나며 ‘청초 우거진 골에 자난다 누엇난다…’의 시조를 읊었던 시인이자 주당. 뛰어난 시문(詩文)에 호방한 기질까지 겸비.

▼김동리〓네살 때부터 술을 입에 댄 타고난 술꾼. 주량 제일주의자. 매일 저녁, 취할 때까지 반주를 든 다음 식사를 했던 애주가.

▼임꺽정〓심장에 털이 난 술꾼. 탐관오리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면서도 애첩을 거느리고 술을 즐겼던 배짱 두둑한 사내.

▼대원군〓술로 야망을 불태운 술의 영웅. 때론 시정 잡배들과 어울려 대작하기도 했고 돈이 궁하면 난초그림을 팔아 술값을 댔으며 술독에 파묻혀 민심을 살피고 세도가들의 정보를 입수하기도.

▼원효대사〓시정의 기녀에게도 불법을 전파하며 술에 감춰진 불력(佛力)을 끄집어낸 인물.

▼연산군〓주지육림 속에 파묻혀 살았던 파격적인 주당.

▼마해송〓따뜻한 청주 1잔을 1시간 동안이나 핥아 마셨던 술의 신사.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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