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와 평면」展, 90년대 쟁점 되짚기

  • 입력 1998년 11월 29일 20시 33분


90년대 미술의 특징중 하나는 입체 설치와 평면 회화의 충돌. 90년대 초반부터 다양한 매체를 통한 설치 작품이 확산되면서 전통적 개념의 평면 회화를 위협했고 급기야 “그것도 미술이냐” “회화는 죽었다”는 비명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성곡미술관(서울 종로구 신문로)이 내년 1월31일까지 선보이는 ‘매체와 평면’전은 이런 90년대 미술의 쟁점을 되짚어보는 자리다. 90년대 미술을 ‘매체의 확산’과 ‘회화의 회복’으로 규정하고 그 주요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참여 작가는 매체편이 12명, 회화편이 15명.

매체편에 선 작가들은 육태진 이윰 최정화 고명근 유관호 등. 이들은 대중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소재(매체)라면 무엇이든지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90년대의 감수성을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2차원의 평면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신문 만화 사진 TV 비디오 영화 컴퓨터그래픽 레이저 등이 동원된다.

유관호는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해 새로운 시각이미지를 보여준다. 이윰 오경화 육태진 문주 등은 비디오로 다양한 영상이미지를 뿜어낸다. 오경화의 작품은 한편의 단편 영화같고 문주는 PVC 파이프, 기름, 작가의 머리카락과 비디오 이미지를 합성한 작품을 내놓았다.

이동기는 만화 캐릭터를 전시장에 옮겨 놓았고 노상균은 ‘키치’의 일부를 작품으로 만들어 놓았다. 고명근 구본창은 사진의 영역을 설치미술의 영역으로 확산시켰고 최정화는 아예 때밀이 수건으로 벽면을 채웠다.

평면에 참가한 작가들은 최진욱 고낙범 강운 도윤희 장승택 이희중 이기봉 김남진 등. 이들은 “그림은 그림이며 미술은 작가의 숨결이 담긴 붓과 캔버스의 미학”이라고 주장한다.

평면 작가들은 회화의 건재를 과시하기 위해 2차원 공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강운 고낙범 김정운 등은 전통적인 ‘그림’을 강조하는 작품을 내놓았다. 02―737―7650.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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