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전증 남편 우리가 살려요』…아내끼리 신장맞기증

  • 입력 1998년 11월 29일 18시 56분


“우리 서로 남편을 살립시다.제 신장은 당신 남편에게 드리고 당신은 우리 남편에게….”

남편이 만성신부전증 환자인 두 아내가 30일 서울 중앙병원에서 신장을 서로 맞기증하는 수술을 받는다. 주길헌(朱吉憲·47·서울 구로구 구로동) 임희자(林姬子·44)씨 부부와 김학필(金學弼·49·서울 강서구 가양동) 김수자(金秀子·51)씨 부부.

이들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주선으로 임씨는 김학필씨에게, 김수자씨는 주씨에게 각각 신장을 이식해주기로 했다.

두 아내는 남편에게 신장을 떼주고 싶었으나 조직형이 달라 발만 동동 구르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각각 상대방 남편과 혈액 및 조직형이 일치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주씨는 지난해 8월부터 혈액투석에 의존해야 할 정도로 병세가 악화돼 그동안 운영해온 가구점도 처분하고 투병해 왔으나 최근 신장이식수술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아내 임씨와 아들(22), 형과 여동생까지 신장이식을 위한 검사를 받았으나 항체반응검사에서 모두 부적격판정이 나왔다. 김씨 부부도 사정은 마찬가지. 남편 김씨는 20여년전 결핵성 신장염으로 왼쪽 신장을 제거한 데 이어 3년전부터는 오른쪽 신장에도 이상이 생겼다. 수술을 하루 앞둔 29일 이웃 병실에 나란히 입원한 주씨와 김씨 부부는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아 생명의 은인끼리 가족처럼 지내기로 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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