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술단, 「관변」 이미지 벗고 새출발

  • 입력 1998년 11월 29일 18시 20분


86년 남북문화교류를 의식,졸속출범한 ‘88예술단’. 91년 재단법인으로 독립하고 이름도 ‘서울예술단’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국고보조를 받는 관변 예술단체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그런 서울예술단이 99년도 신년뮤지컬 ‘바리―잊혀진 자장가’제작을 발표하며 새출발을 다짐하고 나섰다. 신선희 서울예술단 이사장은 “앞으로 국가지원을 공유한다는 의미에서 ‘열린 제작’을 지향하고 지금까지의 제작시스템을 바꿔 공연의 질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열린 제작’이란 능력있는 외부인사를 적극 영입하겠다는 것. 또 작품 하나를 만든 뒤 최소한 2년이상 반복공연해 질을 높이는 ‘레퍼터리시스템’을 정착시키는 한편 몇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계획표를 갖고 공연을 준비해 가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을 홈그라운드처럼 사용해왔던 관행을 벗어나 대학로의 소극장, 지방극장 등 어떤 조건에서도 사설 단체들과 함께 경쟁하며 공연을 펼치겠다는 포부도 펼쳤다.

실제로 개혁 신호탄이 될 ‘바리’제작진에는 지난 몇년간 서울예술단 공연작에서 보기 힘들었던 인물들이 대거 기용됐다.

뮤지컬의 핵심요소인 음악을 역량있는 젊은 작곡가 원일과 김대성에게 맡긴 것이나 안무 안애순 의상 변창순 기술감독 이종일등이 포진한 것이 눈길을 끈다. 연출가 김효경은 “몇달 연습해서 겨우 며칠 공연하고 말았던 서울예술단의 기존 공연관행과는 달리 이번 작품의 공연기간은 16일인데다 재공연이 가능하다는 얘기에 의욕을 갖고 연출을 맡았다”고 밝혔다. 공연 총 제작비는 8억원. 신이사장은 “‘애랑과 배비장’의 해외공연을 취소하는 등 다른 살림을 줄여 이 작품 한편에 총력을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서울예술단 변신의 배경에는 ‘구조조정’이라는 외부요인도 있다. ‘정리돼야 할 단체’라는 평가를 좋은 작품을 만들어냄으로써 정면돌파해 보겠다는 것이다. 뮤지컬 ‘바리’는 99년1월9∼2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주연인 바리 역에 가수 이선희와 뮤지컬 전문배우 임선애, 바리의 연인 역에 유열이 캐스팅됐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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