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다니엘 리, 첼로 선율로 뉴욕 사로잡다

입력 1998-11-24 19:24수정 2009-09-2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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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악구(樂句·음악에서 두 소절에서 네 소절까지의 작은 구분)에서의 맛깔나고 찰진 운궁(運弓·현악기에서 활을 쓰는 법), 웅혼(雄渾·웅장하고 막힘이 없음)하다고 할 정도의 깊은 음색이 우러나는 느린 악구….

다니엘 리(한국이름 이상화·18)의 첼로연주는 먼저 귀에 본능적으로 다가오는 상쾌한 쾌감으로, 이어 악곡의 전개를 통찰하는 깊은 관조의 마력으로 다가왔다.

아직 조건없는 찬사를 받기에는 충분치 않은 18세의 나이. 그렇지만 그의 연주는 젊은 연주가가 담아낼 수 있는 많은 미덕을 이상화(理想化)해 보여주고 있었다.

21일 저녁 미국 뉴욕 링컨센터 내 앨리스 털리 홀에서 제러드 슈워츠의 지휘로 열린 뉴욕 실내 교향악단의 연주회.

다니엘 리의 뉴욕 데뷔연주회를 겸한 이 콘서트에서 그는 쇼스타코비치의 첼로협주곡 1번을 협연했다. 쇼스타코비치의 즉물적이고 통렬한 풍자정신이 곁들여진 이 작품은 다니엘 리의 깔끔한 ‘포장술’에 힘입어 청중을 도취시켰다.

8백여석의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은 열렬한 ‘브라보’를 외치며 독주자를 거듭 무대 위로 불러냈다.

“연주자로서 중요한 성장포인트인 뉴욕데뷔를 성공적으로 끝내 자신감이 한층 커졌습니다. 스승인 로스트로포비치에게 감사드립니다.”

다니엘 리는 쇼스타코비치의 친구였던 스승 로스트로포비치가 작품에 숨은 작곡자의 정신적 배경을 소상히 가르쳐주어 작품 해석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니엘, 나는 제자를 두지 않으려 했지만 너는 예외다. 네 재능과 가능성을 얼마나 높이 내가 평가하고 있는 지 알겠지.”

로스트로포비치는 11세때 다니엘에게 이런 편지를 보낸 뒤 5년간 꾸준한 가르침을 주었다.

미국 시애틀에서 한국식당을 하는 부모를 둔 다니엘 리는 5세때 피아노를 시작, 이듬해 첼로를 옮겨 잡았다.

그의 연주경력에 큰 전환점이 된 계기는 95년의 런던 위그모어 홀 데뷔.

당시 15세 소년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연주에 영국 데카 레코드사가 주목했고, 파격적인 조건의 전속계약에 합의했다. “연주자가 원하는 적절한 시기에 데뷔음반을 내놓는다”는 것. 음반사가 연주자의 성장가능성을 1백% 신뢰한 결과였다.

“곧바로 녹음과 연주활동을 늘려나가지 않고 꾸준한 연마과정을 거친 것이 연주자로서의 성장에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요. 과중한 연주의 압력에 일찍 시들어가는 첼리스트들을 자주 보거든요.”

곧 발매될 데뷔음반에는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다니엘 리 자신이 편곡한 거쉰‘전주곡집’ 등 여섯곡의 작품이 들어있다. 음반 발매에 앞서 다니엘 리는 내달20일 오후7시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독주회를 갖는다. 라흐마니노프의 첼로소나타, 코다이의 무반주 첼로소나타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뉴욕〓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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