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그늘 「범죄불안」 호신용 장비 『불티』

  • 입력 1998년 11월 6일 19시 06분


‘언제 누구에게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IMF 경제위기 이후 살인 강도 절도 폭력 등의 범죄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체적 불안증후군’이라고나 할까. 전자충격기와 가스분사기 등 호신용 무기 매출이 늘고 있으며 경호경비업체 등 ‘시큐리티 산업’도 번창하고 있다.

유모씨(42·여·서울 강남구 청담동)는 지난달 초 35만원짜리 전자충격기를 생일선물로 받았다. 9월경 늦게 귀가하던 유씨가 집근처에서 핸드백을 날치기 당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고등학교 동창들이 선물한 것. 단추를 누르면 순간적으로 고압의 전류가 흐르는 전자충격기는 호신용으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

유씨는 “자주 만나는 동창생 7명 중 3명이 최근 20만∼40만원짜리 전자충격기나 가스분사기를 갖고 다닌다”고 말했다.

택시운전사나 유흥업소 종업원 등 밤에 손님을 맞아야 하는 직업인들에게도 호신용 무기는 ‘필수품’이 됐다. 모범택시 운전사 정모씨(45)는 “요즘은 밤에 젊은 사람 2명 이상이 함께 타면 불안하다”며 “몇달전부터 전자충격기를 사 운전석 아래에 늘 비치해 두고 있다”고 말했다. 밤중에 승강기안이나 주차장에서 모르는 사람과 마주치면 겁이 더럭 난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많다. 경찰청 국감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등 5대 범죄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가량 늘었다.

범죄 증가에 따라 신변경호 수요도 크게 늘었다. 대한경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매달 15건 정도이던 경호의뢰건수는 올들어 1백20여건으로 8배나 늘었다. 신변경호를 요청하는 사람들은 사업가 변호사 의사 등 고소득 자영업자와 탤런드 등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인·성동기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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