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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1월 1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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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와 기체조, 섹시한 몸매…. 90년대 으뜸 화두의 하나가 ‘몸’. 과학과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상대적으로 왜소해지는 인간의 육체에 대한 원초적 향수(鄕愁)랄까. 상업화된 포르노의 범람속에 인체 본연의 모습을 탐구하려는 ‘누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백화점 문화센터의 누드크로키 강좌에는 주부들로 만원이고 계절별로 열리는 누드사진 촬영대회에는 전국에서 4백∼5백명의 동호인이 몰린다. 누드모델은 IMF시대 인기직종.
▼ 누드는 자유(自由)다 ▼
이른 아침의 부드러운 빛이 나신(裸身)을 어루만진다. 자연속에서 더욱 신비로운 색감을 발하는 모델의 몸위로 수십개의 카메라 셔터가 터진다.직장인 사진동호회 ‘시월(時月)포커스’ 하근호(46·삼성인력개발원 교육지원부)회장. 한달에 한번씩 20여명의 회원들과 함께 나가는 출사(出寫)는 언제나 설레임으로 가득찬다. “누드는 인간이면 누구나 흥미를 느끼는 최고의 피사체다. 덧입고 바르고 꾸민 것을 모두 던져버린 인체를 자연속에서 만나는 일보다 기분 좋은 일은 없다. 진정한 자유를 느낀다.”
초보 동호인 중에는 포르노처럼 찍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강평결과 ‘작품’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누드는 추함을 느끼게 하는 단순한 노출, 상업성을 추구하는 포르노와는 다르다. 비단결같은 머리카락, 조물주의 걸작으로 일컬어지는 풍만한 가슴, 유연한 허리의 곡선미 등의 아름다움은 예술로 승화된 누드사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다.”(누드사진작가 김가중씨)
▼ 인기직종 누드모델 ▼
인터넷 누드모델 이승희 신드롬과 IMF대량 실업사태는 ‘누드모델’에 대한 관심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6월28일 한국미술모델협회(회장 이정숙)가 20명의 미술모델을 공모한 결과 남자 3백명, 여자 2백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18∼65세의 남녀누드모델 1백50명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누드모델협회의 하영은회장의 핸드폰에는 하루에도 지원문의 전화가 30∼40통씩 걸려온다고. 그림모델 사진모델을 비롯해 영화대역 속옷광고 바디페인팅 패션쇼 퍼포먼스 등 누드모델을 필요로 하는 분야는 무궁무진. 얼굴을 공개한 모델의 월수입은 3백만∼5백만원.
하회장의 얘기. “누드모델에게는 무대도 옷도 화장도 없다. 오직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알몸’으로 표현할 뿐이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