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과학문화유산 답사기 「한국사에도 과학이…」

  • 입력 1998년 10월 19일 19시 06분


‘9m 올라간다고 별이 더 잘보였을까?’ 동양 최고(最古)의 천문대인 경주 첨성대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다.

불편하게 몇m 올라가느니 편하게 평지에서 관찰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이왕 관측대를 만들려면 계단이라도 설치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런 의문들이 모여 ‘천문대가 아니라 제단(祭壇)이었다’ ‘불교의 영산(靈山)인 수미산(須彌山)을 본뜬 구조물이었다’, 심지어 ‘해시계였다’는 주장 등이 일부에서 제기돼 왔다. 과연 진실은?

한국외국어대 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런 종류의 궁금증들을 쉬운 필체로 풀어간다.

학창시절 교과서 등에서 익숙하게 들은, 그러나 막상 찬찬히 들여다보지는 못했던 우리의 많은 과학문화 유산들이 하나 둘 옷을 벗는다. ‘도선의 풍수지리’ ‘황룡사종과 에밀레종’ ‘실학자들과 서양과학’…. 삼국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시간여행을 하는 ‘과학문화유산 답사기’라고 할까.

지난해 삼성SDS의 ‘사이버캠퍼스’에서 강의한 내용들을 책으로 묶었다. 새로운 연구결과를 소개하는 저술이라기 보다는 해박한 문헌지식과 과학적 상상력으로 풀어가는 과학수필에 가깝다. 예를들어 저자는 첨성대의 진실을 찾기위해 여러 고문헌에서 실마리를 한쾌에 꿴다.

그래서 도달한 결론은 ‘농업을 관장하는 별에 감사제사를 지내던 영성단(靈星壇)이 있던 자리에 천문관측소가 세워졌고 그중 유일하게 남은 구조물이 첨성대’라는 것. 교보문고. 7,500원.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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