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담론이론」 獨철학자 아펠 3부작 출간

  • 입력 1998년 10월 19일 18시 38분


독일의 철학자 카를 오토 아펠. 우리에겐 낯설지만 독일에선 위르겐 하버마스와 함께 최고의 철학자이자 ‘담론(談論·discourse)이론’의 대명사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아펠의 철학세계가 최근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그의 방한과 때를 같이해 나온 아펠철학 3부작 ‘철학의 변혁을 향하여―아펠철학의 쟁점’(이삼열 외 지음) ‘아펠과 철학의 변형’(김진 지음) ‘이성과 사회’(권용혁 지음·이상 철학과현실사).

이들 책에서 말하는 아펠 철학의 핵심은 담론윤리학. 간단히 말하자면 민주적인 의사소통 방법에 대한 모색이다.

담론윤리학은 ‘인간은 대화하는 존재’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타인과의 대화가 없으면 인간은 사유할 수도, 진리를 발견할 수도 없다는 말이다. 이 전제는 ‘선험화용론(先驗話用論)’개념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인간공동체는 경험 이전에 이미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는 뜻. 여기에는 물론 △진리성 △진실성 △정당성 △이해가능성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의사를 교환하고 토론을 진행시킨다면 참된 인식이나 이론이 생겨날 수 있다고 본다. 이것이 바로 그의 담론윤리학이다.

그는 특히 민족 인종 종교분쟁, 전지구적 생태계위기가 고조되는 이 시대야말로 담론윤리가 더욱 절실하다고 역설한다. 가치관이 다른 나라와 민족이 끊임없는 의사소통을 통해 세계시민적 공동체를 만들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펠에게 의사소통이라는 것은 더디기는 해도 사회개혁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수단이다. 그의 철학은 이처럼 보편적 윤리, 합리적 이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합리성과 이성을 거부하는 포스트모더니즘과 길을 달리한다.

그러면 이 담론윤리는 실현 가능한 것일까. 이에 대해 아펠은 의사소통을 매개해주는 국가 내의 민주적 사회기구나 세계적 차원의 국제협의체 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그리고 비관과 회의 속에서도 끊임없는 의사소통을 통해 그 해결방안을 모색해나가는 것이 담론윤리학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철학은 이처럼 평범한 듯하지만 평범하지 않다.

지난주 한국을 찾은 아펠은 76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쉼없는 강연과 토론으로 왕성한 열정을 과시하고 있다. 기자회견, 토론회, 두차례의 강연을 가진데 이어 20일엔 ‘세계화의 도전과 보편윤리의 응전’(오후4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 23일엔 ‘나의 철학적 역정’(낮12시 대전대 지산도서관 국제회의실)을 주제로 강연을 가질 계획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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