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눈으로본 여성」…獨작가 14인 「육체의…」展

  • 입력 1998년 10월 18일 18시 01분


여성 예술가들은 스스로 여성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경주 선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육체의 논리’전은 이에 대해 여성 예술가들의 해석을 찾아보려는 전시다. 참여 작가는 카타리나 프리치, 레베카 호른, 카린 산더 등 30,40대 독일여성작가 14인.

작품은 예쁘고 단아한 그림부터 여성의 구속에 대한 고발의 메시지를 담은 설치까지 다양하다. 여성에게 친숙한 소재가 눈에 많이 띈다. 빨래걸이 스카프 실 가스스토브 등. 이런 소재들을 통해 여성의 자기 긍정과 넉넉함, 억압에 대한 비판 등을 전하고 있다.

카린 산더의 ‘암탉의 알’은 이번 전시의 의미를 강력하게 드러낸다. 받침대위에 덩그마니 놓인 달걀 하나. 암컷이 나은 가장 완벽한 상태인 ‘알’을 통해 여성성에 대한 무언(無言)의 주장을 담고 있다.

카타리나 프리치의 작품 ‘할인판매대’는 받침대에 스카프를 쌓아두었다. 스카프에 새겨진 백마탄 기사.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그’를 바겐세일하겠다는 선언이다. 다그마 데밍의 ‘통행금지’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더욱 신랄하다. 한 여성이 쉴새없이 뒤로 달음질치는 비디오 화면. 역설적으로 여성을 구속하는 현실에 대한 강한 부정이다.

레베카 호른의 ‘굴로 만든 피아노’는 여성의 부드러움과 남성의 기계적인 속성을 조화시켰다. 중국계 독일작가 킨 유휀의 ‘비취홀의 봄’은 빨래걸이에 종이를 널어뜨리고 그 속에 작은 스피커를 설치, 여성의 날카로운 고음을 토해낸다.

아이히호른의 ‘아이들의 스튜디오’는 재미있다. 제목만 붙인 벽면에 성(性)의 장벽이 없는 아이들이 직접 그림을 그려 붙이도록 했다. 전시때마다 작품이 달라지는 셈이다. 전시는 11월29일까지. 한국 전시가 끝나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다. 0561―745―7075.

〈경주〓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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