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 유물」 국내 첫 전시회…16일부터 130점 선봬

  • 입력 1998년 10월 14일 19시 32분


고구려의 후예인 대조영이 고구려인과 말갈족을 이끌고 당나라 군대를 물리친 뒤 698년 고구려 옛땅 동모산 기슭에 나라를 세우니….

고구려의 정통성을 이어 받아 8, 9세기 동북아시아를 호령했던 왕국. 그러나 지금은 역사 속에 묻혀버린 비운의 이름, 해동성국 발해(海東盛國 渤海·698∼926). 그 발해가 1천3백년만에 우리를 찾아온다. 발해 건국 1천3백주년 기념 특별전 ‘발해를 찾아서.’ 국내 최초의 발해전시회로 16일부터 11월29일까지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전쟁기념관 동아일보사 공동주최.

이번 특별전엔 발해의 웅대한 꿈을 보여주는 유물과 사진 복제품 관련문헌 등 국내외에서 수집한 1백30여점이 선보인다. 전시실은 도입부, 황제의 나라, 군사, 종교문화, 발해인의 삶과 죽음, 대외관계 등으로 나누어진다.

전시품은 발해의 광활한 영토를 그린 발해강역도(疆域圖)를 비롯해 당시 동북아시아 제2의 도시였던 수도 상경성(上京城)을 복원한 그림, 실물 크기로 만든 발해 문왕의 딸 정효공주 무덤의 현실(玄室·시신을 안치하는 방),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실물에 가깝게 재현해 낸 정효공주묘 벽화 등이 있다.

발해인의 당당함을 보여주는 기마인물상과 무기류, 발해인의 온화한 미소가 돋보이는 토제(土製)불상, 발해인의 일상이 생생히 담겨있는 각종 복식 장신구 토기류 등도 함께 전시된다. 이가운데 러시아 연해주에서 발굴된 말갈계 토기는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유물.

십자가를 목에 건 불상도 눈길을 끈다. 당시에 이미 경교(景敎·서양 기독교의 한 분파인 네스토리우스파)가 전래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발해의 문화교류 양상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유물이다. 또한 각종 기록을 바탕으로 발해인들의 생활상을 묘사한 그림도 나란히 제시된다.

이번 전시회는 발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지 1천여년동안 우리에게 잊혀져왔던 해동성국의 역사와 웅대한 이상을 새롭게 일깨워주는 귀중한 기회로 평가되고 있다.

이미 북한 러시아 등에서 발해 학술회의가 열렸고 일본에서는 발해 특집 학술지가 간행되는 등 동북아시아에 발해 열풍이 일고 있음에도 불구, 정작 발해의 후손이라고 자처하는 우리는 무관심으로 일관해온 것이 사실. 국내의 발해연구자는 10여명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다. 이같은 상황이기에 발해특별전에 거는 기대는 더욱 각별하다. 무료. 월요일 휴관. 02―709―3114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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