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건축을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아야 한다고 권유한다. 물론 몬드리안의 구성과 음악의 5도 화음이 주변의 건물과 어떻게 ‘관계’하고 있는지를 집어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김정희의 세한도를 보는 눈으로 건축을 보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
단순히 콘크리트의 윤곽 뿐아니라 건축물의 빛과 소리, 움직임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한강에 놓인 다리들 모습에서 피아노나 바이올린의 선율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에는 주석이 없다. 참고문헌이 없다. 이렇다할 인용도 없다. 학교 음악당 화장실 등등, 우리 주변의 친숙한 건물을 통해 인간의 정신이 어떻게 건축을 규정해 나가는지를 짚는다. 효형출판. 14,000원.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