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시리즈관련 독자와 경제부차장의 E메일대화]

  • 입력 1998년 7월 31일 11시 27분


《 ‘집중조명, 공기업을 벗긴다’ 시리즈(6월18∼23일) 등 공기업 개혁과 관련한 일련의 동아일보 보도에 관해 전국전력노동조합 남광원교육선전국장이 E메일을 통해 skykong이라는 ID로 두차례 의견을 보내왔다. 황호택(黃鎬澤)경제부차장과 나눈 E메일 대화를 소개한다.》

▼제목:동아일보에 대한 고언

발신:skykong@dava.kepco.co.kr

공기업 구조조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민영화 과정에는 문제가 많습니다.

한국전력 노조는 국가기간산업을 해외 투기자본에 매각하려는 매국적 민영화 방침을 반대하는 총력투쟁을 전개할 것입니다.

동아일보는 당초 민영화계획 발표 일주일전 ‘집중조명, 공기업을 벗긴다’는 기획기사를 통해 공기업을 비판하는 선봉에 섰습니다. 뿐만 아니라 감사원과 기획예산위 자료를 대서특필하면서 정부 입장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군부독재의 총칼앞에서도 꿋꿋하게 의연함을 잃지 않고 국민의 애환을 대변한 동아일보에 대해 깊이 실망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전국전력노동조합 교육선전국장 남광원

▼제목:고언에 대한 답신

발신:hthwang@donga.com

남국장님의 견해에 대해 몇가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한국의 일부 공기업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방만하게 운용되면서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민영화는 세계적인 추세이고 IMF 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한국의 선택입니다.

앞서 민영화를 시행한 외국에서 발전소를 투기자본이 인수한 사례는 없습니다. 글로벌 경영의 시대에 기간산업을 반드시 공기업 부문에 맡겨야 한다는 사고도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것입니다.

동아일보는 정부와 공기업 노조 어느 쪽에도 기울어짐이 없이 국민의 편에서 공정한 보도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제목:공기업 구조조정의 문제점

발신:skykong@dava.kepco.co.kr

국내기업은 덩치 큰 발전소를 매입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해외자본에 매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국적 거대자본이 발전소를 매입할 때 시중금리에 상응하는 15%대의 투자보수율을 요구할 것이 확실합니다. 그리고 한전발전소를 매입하는 해외자본은 특혜에 가까운 장기계약을 요구할 것이 뻔합니다.

결국 대용량 우량 발전소를 해외에 매각하면 전기요금 급등 등 엄청난 국민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발전소 해외매각보다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어 해외자본에 민자 발전 참여기회를 보장하면 외자 유치와 함께 고용 창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제목:남광원 교육선전국장님께

발신:hthwang@donga.com

남국장님이 두 차례 보내주신 글을 통해 공기업노조의 입장과 발전소 해외매각의 문제점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정부도 해외자본이 무리한 투자보수율을 요구할 때는 발전소를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글로벌 시대에 ‘외국자본〓악’ ‘국내자본〓선’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공기업 노조가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대한 시정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국민 여론의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입니다.

보내주신 소중한 의견은 앞으로 지면제작에 참고하겠습니다.

건승을 빕니다.

동아일보 경제부차장 황호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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