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험전형 예상 부작용]중학생 과외-치맛바람 재현우려

  • 입력 1998년 7월 30일 19시 26분


“대학입학이 추천에 좌우되면 다시 치맛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칠 겁니다. 반장 부반장 선거열기는 정치권 선거 못지않게 시끄러워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대학들이 고교장 추천 등 무시험전형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일선 교사와 학부모들은 일단 교육정상화를 위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공정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첫째 걱정거리는 80년대처럼 극심했던 치맛바람이 다시 불지 않을까 하는 점.

두번째는 명문고 진학을 위한 위장전입, 세번째로는 우수고교를 겨냥해 중학생 과외가 되살아나리라는 우려.또 일선교사들은 각 고등학교가 학교성적을 올려 등급을 높이기 위해 밤 10시,11시까지 무리한 야간 자율학습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머리는 좋지만 학교가 등급외로 밀려나 명문대에 진학하지 못하는 ‘시골 수재’들의 피해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학교1학년 자녀를 둔 강혜정씨(44·서울 서대문구 연희동)는 30일 “치맛바람과 내신 성적경쟁으로 학생들의 우정에도 금이 갈지 모른다”며 “학생의 운명을 좌우하게 된 교사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는데 이들이 올바른 잣대로 학생들을 평가해줄지…”라고 말했다. 강씨는 명문고에 자녀를 진학시키기 위해 위장전입이라도 하겠다는 부모가 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명문 학군 학부모들도 이같은 우려는 마찬가지.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선미자씨(40·서울 서초구 방배동)는 “강남지역에서는 내신성적에서 불이익을 당해와 고교등급화가 되면 오히려 도움이 될 것으로 보지만 치맛바람이 불 것만큼은 분명하다”며 “특별활동 인성평가 등에서 담당교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다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선교사들은 고교간 등급결정의 기준, 학생생활기록부 작성의 객관적 기준 마련에 의문을 제시했다. 일부교사는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권장하는 주관식 시험이 채점의 객관성 시비를 우려해 점점 줄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 숭의여고 남상학교장(58)은 “고교교육 정상화를 겨냥한 이번 개혁안의 취지에는 전반적으로 공감한다”며 “그러나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준비 또한 충실해야 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홍·박정훈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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