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단편영화 붐 일듯…「여고괴담」영향 지원-관심커져

  • 입력 1998년 7월 5일 20시 05분


단편영화‘스케이트’
단편영화‘스케이트’
《단편영화가 살아난다. 충무로 진입을 위한 발판 쯤으로만 여겨지던 단편영화에 요즘들어 지원과 관심의 정도가 부쩍 높아졌다. 조은령감독의 단편영화 ‘스케이트’가 한국영화 최초로 올해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이에 때맞춰 영화진흥공사는 전례없이 40편의 단편영화에 각각 3백만원의 제작비 지원방침을 발표했다.》

비디오대여 체인점인 영화마을도 1천만원의 기금을 마련, ‘베이비’(감독 임필성)와 ‘페르소나’(감독 최금학)등 두 편의 단편영화 제작비를 지원키로 했다. 7일 영화마을의 단편영화 제작발표회와 함께 ‘젊은 영화비평집단’은 ‘한국 독립·단편영화의 현재와 전망’을 주제로 포럼을 열 예정.

50분이내의 상영시간, 16㎜나 35㎜ 필름으로 만들어지는 짧고 작은 이 영화가 최근 주목을 받게 된 데에는 단편영화 출신 감독들의 성공적인 장편영화 데뷔가 큰 몫을 했다.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여고괴담’의 박기형 감독이 만든 단편 ‘과대망상’은 씨네플러스 극장에서 ‘여고괴담’과 동시에 상영돼 감독의 독특한 스타일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로 주목받은 허진호 감독 역시 ‘고철을 위하여’를 만든 단편영화감독 출신.

그러나 현재 국내 단편영화 제작은 그리 활발한 편은 못된다. 1년에 2백편 안팎의 단편영화가 만들어지지만 아마추어를 탈피했다고 할 만한 ‘작품’은 30편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단편영화가 아직까지도 ‘습작’의 혐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영화와 관객이 만날 수 있는 ‘시장’이 없다는 것. 서울 역삼동 씨티극장 등에서 단편영화 전용관 개관을 준비중이긴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가 전국의 극장을 점령해버리는 현실에서 독자적인 배급이란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17분짜리 단편 ‘햇빛 자르는 아이’로 올해 클레르몽―페랑 국제단편영화제에서 최우수 창작상을 탄 김진한감독의 배급망 뚫기는 하나의 모범사례가 될 만하다.

클레르몽―페랑 영화제 견본시에서 유럽 TV방송국에 영화를 판매하는데 성공한 그는 최근 영국의 제인 발포아 필름과 배급계약을 체결, 해외시장 개척의 길을 열었다. 제작비 지원보다 유통망 확보가 더 중요하고 TV방송국이 유통경로로 정착되어야 한다는 것이 김감독의 주장.

“외국에서 단편영화의 가장 큰 시장은 TV입니다. 국내의 한 케이블TV가 ‘단편영화극장’프로를 운영하다 공급이 딸려 폐지한 적은 있지만 질좋은 외국의 단편영화라도 지속적으로 방송해 단편영화 대중화의 계기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장편영화가 긴 호흡이 필요한 산문이라면 단편영화는 함축미와 실험성이 돋보이는 감각적인 시와도 같다. 제작비 부담때문에 상업성의 노예가 되기 쉬운 장편영화와 달리 1천만원 안팎의 제작비에 거의 ‘1인 프로덕션’체제로 제작되는 단편영화는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 영화의 마지막 보루’다. 스티븐 스필버그감독의 ‘쥬라기 공원’에서 자동차 산업을 능가하는 영화의 경쟁력을 보기 이전에 그가 미국 영화기금의 지원으로 숱한 단편, 실험영화를 만들면서 상상력을 연마해왔음을 기억해야 할 때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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