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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5월 28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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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은행의 선두격인 S은행 역삼동지점에는 최근 ‘큰손’들로부터 20억∼30억원짜리 예금을 자청하는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정부가 원리금 지급보장 범위에 대해 △원리금 전액 △이자는 일부제외 △고액의 경우 원금도 일부 제외 등으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고액예금자들도 덩달아 불안에 떨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조만간 뭉칫돈의 대이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 경로는 대체로 2금융권과 부실은행에서 우량은행쪽이다.
▼오락가락하는 정책에 분통〓후발 B은행 개포동지점에 2억원을 예치한 김모씨는 “금융기관에 거액을 예치하는 것을 투기로 보는게 정부아니냐”며 “은행이 위험하다면 차라리 장롱속에 넣어두겠다”고 화를 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임원은 “정부가 원리금 보장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즉흥적으로 다루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시중자금이 요동치면 칠수록 금융시장이 불안해진다”고 털어놨다.
▼꿈틀거리는 뭉칫돈〓현재까지는 어느 은행이 부실한지, 우량한지 감이 잡히지 않아 예금액 전부를 옮기기보다는 분할인출을 하는 고객이 많다.
후발 C은행 예금담당자는 “투신사에 6억원을 두고 있다는 한 고객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부실여신 규모 등을 꼬치꼬치 캐묻더니 그 다음날 2억7천만원을 요구불통장에 예치하더라”고 소개했다.
그는 “1억원이상 고액 예금의 10%가 분할인출식으로 자리바꿈하고 있다”며 “예금자 보호법 시행령이 발표되면 뭉칫돈의 이동으로 금융기관간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모럴 해저드〓다음달 중 발표될 예금자보호법 시행령개정안의 취지는 정부 지급보장을 담보로 고금리혜택을 누리는 이른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현상을 막아보자는 것.
그러나 안전한 곳으로 뭉칫돈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부실로 낙인찍힌 금융기관이 되레 고금리를 제시, 금융시장에 혼란을 부추기는 부작용도 우려된다는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한 후발은행 관계자는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자산부채 인수방식으로 이뤄지면 부실은행이라고 하더라도 원리금은 보장되는 것 아니냐”며 “3천만∼5천만원 단위로 쪼개서 예치하겠다는 고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