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쓰는 편지]김진호/손재주 뛰어난 재영 큰자랑

  • 입력 1998년 1월 12일 19시 48분


재영이가 공업계 고등학교를 가게 된 것은 무척 다행이다. 학교 성적이 중간 수준은 되어야 공고에 진학할 수 있는데 재영이는 거의 밑바닥 성적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었다. 갈 수 있는 학교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다. 어쨌든 재영이는 정원 미달된 2부 공고를 선택했다. 2월에 졸업하는 재영이는 그동안 학교에서 산만하기 이를 데 없는 수업시간의 태도 때문에 벌서는 일에 이골이 나있고, 건들거리며 서있는 태도로 다소 불량스럽게 보이기도 했다. 손재주 하나만은 타고났는지 2학년 때에는 교내 과학상자 조립대회에서 최우수상을 타기도 했다. 투박한 손 어디에 그런 섬세한 기능이 숨어있는지 궁금할 때도 있었다. ‘알고 보면 모두가 쓸모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확인시켜주는 그런 아이는 참 예쁜 구석이 있다. 가령 컴퓨터가 고장나거나 새로운 프로그램이 필요하면 친구들은 재영이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곤 했다. 성적으로만 줄을 세우는 현실의 뒤꽁무니에서 서성이던 아이들도 춤솜씨 하나만은 백댄서 수준이거나, 연습장에 가득 그려놓은 만화를 예약해야만 볼 차례가 올 정도로 재주많은 아이들이 있다. 재영이 같은 재주를 이 사회는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노고지리 한 마리로 해서 하늘이 푸르다고 어느 시인이 노래했다. 편견많은 이 사회에서도 제각기 자신의 몫을 가지고 당당하게 이를 키워가는 미래의 주인공들에게서 나는 희망을 본다. 김진호(서울전농중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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