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이향희/「알레르기 알레고리」

  • 입력 1998년 1월 12일 08시 29분


▼ 줄거리 ▼ 알레르기 알레고리는 현대인의 삶의 획일성을 파스(Farce)적으로 풍자한 작품이다. 702호, 602호, 502호, 402호의 기호로 불리는 아파트 주민들. 똑같은 구조로 이루어진 똑같은 평수의 아파트에 살면서 똑같이 어느 대형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다먹는 네명의 기호들과 한명의 경찰관이 등장인물이다. 무대는 대형 슈퍼마켓. 어느날 경찰관은 슈퍼마켓으로 사람을 찾으러 온다. 경 찰: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실종 신고를 받았거든요. 나이 46세, 키 175, 그리고 얼굴이 동그란 남자 못보셨습니까? 실종 당시 옷은 청바지에 파란 스웨터 차림입니다. 702호, 자기를 아래 위로 내려다본다. 청바지에 파란 스웨터를 입은 702호. 702호:쌍꺼풀이 있나요? 경 찰:(수첩을 뒤적이며) 있습니다. 702호:혹시 덧니가 있습니까? 경 찰:네, 맞습니다. 702호:그럼, 그건 전데요? 요즘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502호 아줌마의 집에 누군가 모르는 사람이 밤새 잠을 자고 난 후 양말 한짝을 남겨두고 도망갔고, 502호가 아끼는 개가 벌써 며칠째 집에 안들어 오고 있었다. 그리고 702호가 주문한 야채니 과일들이 제대로 오지 않고 있었고, 그의 친구이자 꽃집 주인인 602호는 점점 똑같아지는 모든 것들 때문에 알던 집도 잊어버리자 자신의 치매를 탓하며 살고 있다. 602호:아침에 배달 나갔다가 이제 들어왔어. 8단지에 벤자민 한 그루 배달 나갔는데 집을 찾을 수가 있어야지. 세번째나 가는 집인데도 뺑뺑 돌았네… 점점 더해… 기억력이 자꾸 떨어져.(심각하다) 나 아무래도 치매야. 심각해(주머니에서 약을 하나 꺼내 먹는다). 702호:(재채기 한다)에…에취! 이놈의 알레르기. 602호:(재채기 한다)에취! 702호:왜그래? 자네도 알레르기성 비염인가?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거라던데…. 그러나 402호 아줌마는 702호를 화나게 했다. 절대 슈퍼마켓에서는 물건을 사다먹지 않고 아파트 베란다에서 닭을 기르고 텃밭을 가꾸며 야채를 심어 먹는 402호 아줌마. 702호는 언젠가 반드시 자신의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서 먹게 한다고 벼르는데, 경찰로부터 실종자가 속출하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했다는 말을 듣는다. 502호를 찾으러 슈퍼마켓을 찾은 402호는 슈퍼마켓에 와서 슈퍼마켓의 물건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702호와 크게 싸운다. 702호는 화가 나서 402호의 집에 막무가내로 물건을 배달시키기로 하는데 급히 무대로 뛰어든 경찰이 702호에게 수갑을 채운다. 똑같아진 사람들이 많은 탓에 702호를 범인으로 착각한 경찰. 경찰의 실수가 밝혀져 무사히 나온 702호를 위로하러 온 602호는 702호의 모자와 조끼를 보자 자신의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 잠시 서로 자신의 부인들이 사준 조끼와 모자라고 말싸움을 벌이는 두 사람. 그러나 602호는 마누라 얘기가 나오자 우울해진다. 602호:(심각하다) 자네… 혹시… 우리 마누라 못봤나? 여기 왔다 가지 않았어? 702호:(슬쩍 웃는다) 벌써 한바탕 한거야? 꽉 잡히긴 잡혔군, 아무리 봐도 자넨 현명하단 말이야. 그것두 괜찮지… 꽉 잡혀서, 괜찮지… 괜찮어…. 602호:그게 아냐, 오늘 아침에 말다툼을 했는데 5회말도 못가서 집을 나가버렸어. 인생은 안타와 홈런과 삼진으로 이루어졌다는 얘기를 하면서 서로 위로하던 두 사람은 두 사람이 그동안 조용한 전원에서 사는 똑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서로 악수를 나눈다. 그러는 사이 슈퍼마켓에 등장한 502호. 502호는 602호를 보자마자 자신의 남편으로 생각하고 슬며시 가서 껴안는다. 502호:(비로소 자세히 602호를 쳐다본다) 어머, 누구세요? 602호:전 101동 602호에 사는데요. 아주머니는 누구세요? 502호:(몹시 부끄럽다) 어머, 이를 어째. 제 남편인줄 알고… 너무 똑같아요… 에취! 머리 모양이며… 배 나온 거까지… (이상한 듯 보며) 근데 저… 혹시, 저 모르세요? 602호는 치매에 좋다며 502호에게 약을 주고 간다. 벌써 며칠째 남편이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502호. 502호는 702호에게 이혼을 하겠다며 울먹인다. 502호가 억울한 건 밤새 남편을 기다리다가 아침에 회사로 전화를 걸면 언제 집에 안들어갔느냐며 당당하게 자신을 정신병자로 몬다는 것.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재채기마저 심해진 502호를 702호가 위로하며 지방자치 지역마다 색깔이 틀린 깃발을 집집마다 달기로 한 안건이 국회에서 통과됐다는 뉴스 얘기를 하고 있는 동안 402호가 화가 나서 등장한다. 702호가 물건을 배달해놔 깜빡하고 슈퍼마켓 물건을 먹은 402호. 402호는 702호에게 무슨 속셈으로 관심을 보이느냐며 싸우다가 화제가 402호의 없어진 개로 옮겨가자 402호는 울고 만다. 702호는 402호를 위로한다. 위로하면서 권하는 캔음료수. 402호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싫다는 인스턴트 음료수를 마신다. 음료수를 마시자 동시에 402호에게도 터지는 재채기. 그사이 등장한 602호가 402호를 자신의 마누라인줄 알고 껴안았다가 402호에게 망신만 당하고 702호와 602호는 슈퍼마켓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잠이 든다. 다음날, 슈퍼마켓의물건이 모두 사라지고위로하러온 602호와 얘기를 나누다가 602호가 전날 자신이 입었던 조끼를 입고있는 것을 본다. 자신의 조끼를 훔쳤다고 생각하는 702호. 그리고 어제 슈퍼마켓에 늦도록 같이 있었다는 602호의 말을 듣자 602호를 경찰에 고발한다. 서로 자신의 조끼라고 주장하는 702호와 602호. 슈퍼마켓으로 물건을 사러왔다가 증언을 하게 된 502호와 402호는 각각 조끼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모르나, 502호는 자신의 집에 양말 한짝을 남겨 둔 사람과 동일범일 것이라는걸 주장하고, 402호는 자신의 집에 매일 슈퍼마켓 물건을 배달한 사람과 동일범일 것이라는 증언을 한다. 경찰:사건이 확대되는군. 조끼를 훔친 사람이 아주머니 집에 아무 이유없이 매일 물건을 갖다 놓았다. 그리고 그 사람이… 에… 에취! 슈퍼마켓을 털었다. 조끼를 증거물로 가지고 가는 경찰, 502호는 남편의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를 경찰에게 준다. 요즘 가출 신고가 매일 폭주하고 거기에다가 집 못찾아서 오는 아이들, 집 잃어버린 개들 때문에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경찰, 개라는 소리에 402호는 개를 찾겠다고 경찰을 따라나간다. 경찰이 나간 후 602호는 가지고 있던 화분을 702호에게 주며 꽃값을 요구한다. 꽃을 안시켰다는 702호의 주장, 또다시 자신을 모함하지 말라는 602호. 두사람은 자백하고 돈을 내라며 서로 싸운다. 싸우는 두사람에 의해서 무대는 아수라장이 되면서 암전. 다시 진열대에 물건이 들어온 슈퍼마켓. 의회를 통과한 법대로 슈퍼마켓에는 노란 깃발이 꽂혀 있다. 502호 402호는 물건을 사서 돌아가고 이제 말대신 재채기가 더 많아진 네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착각해 부인으로 남편으로 알고 무례한 행동을 해도 아무렇지도 않다. 702호:저 여자가 자네 부인이었나? 602호:글쎄…아무러면 어떤가. 모든 게 다 붕괴됐는데.(노란 국화를 702호에게 준다) 702호:난 꽃배달 시킨 적 없네. 602호:알어…자네가 전원에 내려가는 걸 포기했다고 해서 내 가지고 왔네. 702호:그래? 고맙군. 자네는 옛날 내 친구에 비하면 정말 신사야. 602호:옛날 친구라니? 702호:같이 21세기 스포츠센터에 다니는 친구가 있었는데, 우리집 물건을 홀라당 털어갔지 뭔가. 602호:그래? 자네 나랑 비슷한 경험이 있군. 내 옛날 친구도 물건을 잃어버렸는데 글쎄, 나더러 도둑이라지 뭔가? 기가 막혀서! 옛 친구인줄도 모르고 이제 새로운 친구로 다시 만나 관객을 향해 말없이 재채기만 하는 702호와 602호가 깃발처럼 펄럭일 때 무대 암전된다. 〈그림 박항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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