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남편 월급이 깎이고 물가도 마구 뛰어 보험상품부터 해약해야 될 것 같아요.”
주부 조모씨(35)는 월 15만원씩 26개월이나 불입했던 저축성 보험을 최근 해약하기로 결심했다. 불입금의 20%가 깎이는데도. 요즘 보험이나 은행들이 ‘중도해지 바람’탓에 괴로움을 겪고 있다.
▼보험〓A생명의 경우 고객이 중도에 찾아간 해약금액은 지난해 12월20일이후 매일 2백억원에 달했다.지난 3일에는 3백억원으로 평소 하루 해약금액 90억원의 3배를 넘었다.
손해보험사인 C화재도 사정은 마찬가지. 월 평균 3백억원에 그쳤던 중도해약 금액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결정 이후 4백50억원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은행〓은행권 금융상품의 중도해지 주범은 단연 신종적립신탁. 예금 적금 부금 신탁상품에 저금리로 가입한 고객들이 중도해지하고 대신 신종적립신탁이나 시장금리 연동상품으로 ‘말’을 갈아타고 있다.
D은행의 경우 신종적립신탁에 예치된 1조3천억원중 예금 및 신탁계정에서 5천억원씩 인출된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신규로 들어온 자금은 고작 3천억원에 불과한 것.
▼왜 중도해지하나〓이유는 크게 두가지. 하나는 IMF한파로 돈이 필요해지자 당장 급하지 않은 보험상품을 우선 해지하거나 대출금리가 급등하자 적금과 부금을 깨고 은행 대출금을 갚는 것.
또 다른 이유는 고금리상품의 끈질긴 유혹. 작년 연초 연 12%대 금융상품에 가입한 고객이라면 최근 연 20%이상을 호가하는 신상품에 끌리지 않을 수 없다.
▼중도해지에 따른 부작용〓중도해지하는 보험상품의 대부분은 저축성보험. 특히 정기예금처럼 한번에 목돈을 예치한 일시납보험들이다. 이런 보험상품은 중도에 해지하면 이자는커녕 원금 전부를 찾지 못한다. 한미은행의 한 관계자는 “신종적립신탁 등 이른바 실적배당상품의 배당률은 언제든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한다”고 조언했다.
〈이강운·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