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규의 직장인 클리닉]PC게임 못하면 「희귀동물」

  • 입력 1998년 1월 4일 20시 29분


그룹내 전체 임원 회의가 회장님의 긴급소집으로 열렸다. 임원들이 회장님에게 ‘무지 깨졌다’는 소문과 함께 ‘희귀동물’이란 말이 사내에 떠돌았다. 한 임원이 사원들을 향해 연 포문. “회사가 이렇게 된 건 말이야. IMF도 IMF지만 요새 사원들 좀 봐. 옛날 같지 않아. 하나 같이 희귀동물이야. 희귀동물!” 경제파탄의 주범은 결국 자신들도 IMF도 아닌 신세대 사원들이라는 결론이었다. 이후 신세대사원 사이에 자조적 별명이 붙기 시작했다. “맞아! 박대리도 희귀동물이야. 아마 기린과 자라가 합쳐졌을 거야. 미스조는 바퀴벌레 먹고 자란 오골계 태생이 아닐까?” 다시 임원회의가 열렸다. 50대 초반의 오너인 회장님은 신세대사원을 이해하는 분이었다. 댁에서 오전 2시까지 PC게임을 즐긴다거나 월차를 내고(?) 스키장에 가서 사흘 동안 다녀 오셨다는 소문이 퍼져 있을 정도로. 회장님이 임원들에게 물었다. “박상무, PC게임 해 보셨수?” “아이구 회장님,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애들(사원들)’이 회사 내에서 PC게임 하는 거 잡으러 다닐 시간도 없는데요.” “최이사, 볼링 얼마 치슈?” “지난번에 여사원들한테 붙들려 볼링장에 갔다가 망신당했지요. 딸아이한테 좀 배운다 배운다 하는 게 아직….” 회장님이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희귀동물은 젊은 사원들이 아닙니다. 바로 여러분과 내가 희귀동물입니다. 새해부터는 희귀동물농장회의를 주재하는 동물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김원규(퍼스널석세스아카데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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