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30년을 맞은 작가 서영은(55). 안쓴듯 숨겨놓았던 작품까지 모두 꺼내 다섯권짜리 중단편전집을 펴냈다. 둥지 간.
데뷔작 「교(橋)」부터 「사막을 건너는 법」 「타인의 우물」 「시인과 촌장」 「먼 그대」 「꿈길에서 꿈길로」 등 38편이 연대기별로 가지런히 정돈됐다.
흔히 덕담으로 흐르는 평론 한줄 붙이지 않은 담백함. 그러나 책머리에서 『나는 꿈 사랑 모험 성 탐익 퇴폐 악 덕 고통 시련 탕진 파멸 고독 수치 모멸 등을 몸으로, 삶으로 살고 있다』고 쓴 작가의 말이 마음을 울린다.
그의 고백을 음미하고 싶은 사람은 읽던 페이지를 접고 책 뒤편의 연보를 천천히 살펴볼 일이다. 「43년 태어남, 56년 새로 부임해온 국어교사의 특별한 총애를 받음, 다른 아이에게로 사랑이 옮겨가자 자살기도」.
책 대여점에서 정비석 김내성 김말봉의 소설책을 빌려 공부시간에도 탐독, 63년 한해 좌절 끝에 대학입학, 한일협정반대데모로 휴강연속, 두번째 자살기도, 68년 「사상계」에 입선, 73년 「한국문학」에 경리겸 기자로 입사, 발행인 김동리로부터 불이익을 감수하는 보수정신을, 편집장 이문구로부터 진정한 반골정신을 배워 작가의식을 다짐, 83년 단편 「먼 그대」로 이상문학상 수상, 87년 정릉 봉국사에서 김동리와 결혼, 93년 산문집 「한 남자를 사랑했네」출간…」.
〈정은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