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등 수북 우체통 수난시대…각종쓰레기 마구버려

  • 입력 1997년 12월 5일 08시 26분


『제발 우체통을 고문하지 말고 좀 사랑해주십시오』 경기 의정부시우체국 집배원 신경희(申慶熙·54)씨는 3일 오후 의정부시 호원동 신흥전문대 앞 우체통에서 우편물을 꺼내다 낭패를 당했다. 열쇠로 통을 열고 우편물을 집어드는 순간 흥건한 물기가 느껴졌다. 조심스럽게 편지봉투들을 꺼냈으나 누군가가 마시다 만 커피를 일회용 종이컵과 함께 우체통에 쑤셔넣어 주소를 읽을 수 없게 된 편지만도 여러통이었다. 화를 참으며 우체통 안을 대충 청소하다 보니 커피가 담긴 채 버려진 종이컵은 물론이고 담배꽁초, 빈 담뱃갑, 휴지,영화표, 고장난 볼펜 등이 줄줄이 나왔다. 신씨는 이날 오후 늦게 의정부역앞 중앙로입구 우체통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전철역이나 버스정류장 근처는 물론이고 놀랍게도 대학가 부근의 우체통마저 이처럼 쓰레기통으로 전락하는 일이 잦아 신씨같은 집배원들의 속을 상하게 한다. 서울체신청에 따르면 사람들이 함부로 담배꽁초를 우체통 안에 버리는 바람에 올해에만 3곳의 우체통이 불탔다. 각종 쓰레기 때문에 훼손돼 배달을 못하는 우편물도 상당하다. 더욱이 이같은 상황은 전국적으로 비슷하다. 의정부우체국 김형률(金炯律)집배계장은 『의정부시내 1백8개 우체통 가운데 쓰레기가 전혀 투입되지 않는 경우는 절반도 안된다』며 『우편물의 신속하고 정확한 배달을 위해 우체통을 아끼는 성숙한 시민정신을 발휘해달라』고 당부했다. 〈의정부〓권이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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