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지, 가만히 있어』
치료견(犬) 「스톰」을 빗질하고 있는 강성산씨(가명)의 얼굴에 모처럼 웃음꽃이 핀다. 형이 확정된 후 정신질환 판정을 받고 이곳 법무부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치료를 받은 지 벌써 10년째. 면회객도 없는 그에게 수요일마다 꼭꼭 자신을 찾아주는 스톰은 가장 소중한 손님이다.
지난 1월부터 매주 수요일 이곳에 「면회」를 오는 개들은 스톰을 비롯, 「뷰티」(치와와) 「샌디」(래브라도 레트리버) 등 모두 6마리. 삼성에버랜드 자원봉사팀과 함께 이곳을 찾은 이들은 정신질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동원된 치료견들이다.
치료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홍성곤 특수치료과장은 『정신질환자의 치료에는 음악이나 미술 등 매개체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아직 실험 단계이지만 치료견도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처음엔 남들과 말하기조차 꺼리던 환자들이 이제 조금씩 말문을 트고 있는 게 그 증거.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환자들은 증세별로 5급까지 나뉜 가운데에도 가장 증세가 심한 1,2급에 속한다. 높게 둘러쳐진 담장처럼 지금껏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하고 지내왔다. 이들이 불과 넉달여만에 입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정오가 되자 점심시간을 알리는 벨이 울린다. 인원 점검을 위해 병실로 향하는 그들의 얼굴에 헤어지기 아쉬운 기색이 역력하다. 그들의 닫힌 가슴속에도 사랑이나 정(情)같은 감정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었다.
〈공주〓홍석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