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림동화 시리즈」
어린이들의 눈에 비친 세상은 「동화속 왕국」처럼 마냥 꿈결같지 만은 않다. 때로는 아픔과 절망이 즐거움과 희망보다 더 많이 닥친다.
지체부자유자로서 겪는 사회적 냉대, 남아를 선호하는 분위기속에서 딸로 태어난 소외감 등등…. 어린이에겐 이겨내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남긴다. 또 나름대로의 개성과 가능성을 무시당한 채 편협한 잣대만으로 평가받음으로써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저마다의 삶에는 수많은 난관이 있다는 것, 좌절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보다 약하고 어려운 대상을 아끼며 함께 살아가야 함을 알려줘야 한다. 이같은 내용으로 꾸며진 저학년용 전래동화와 생활동화 4권이 웅진출판에서 나왔다.
「구렁덩덩 신선비」(김중철엮음,유승하그림)는 「여자니까 힘든 일은 할 수 없어」라는 편견을 깨뜨리는 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딸이라는 이유로 버려진 「버리데기」, 구렁이 허물을 뒤집어 쓴 신랑을 맞는 딸. 이들은 사물을 꿰뚫어 보는 지혜를 지니고 남자도 하기 힘든 온갖 어려움을 거뜬히 이겨낸다. 자신의 힘만 믿고 설치는 남동생을 위험에서 구출해내는 「전강동이의 누나」는 슬기로운 여성상의 전형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재미있는 전래동화를 모은 「도둑나라를 친 새신랑」(김중철엮음, 강우근그림)은 다른 여느 동화와 달리 지체부자유자나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재주를 가진 어린이들이 주인공이다.
몸이 절반밖에 없는 「반쪽이」, 보통 사람의 수십배를 먹어치우는 「식충장군」, 그리고 홍수같은 오줌발, 태풍같은 콧바람 등의 재주를 지닌 「용감한 오형제」 등이 그들이다.
재활학교와 난지도 등에서 봉사 활동 경험이 있는 박문영씨의 「하늘까지 달려라」(그림 박완숙)는 재활초등학교 3학년 학생의 가슴저리는 고백을 통해 평소 잘 알 수 없었던 지체장애아들의 생활과 내면을 보여준다.
「난 노래도 잘하고 공부도 잘해. 그런데 다리가 조금 아파. 난 결혼해서 아픈 자식을 낳더라도 우리 엄마나 아빠처럼 미워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이렇게 재활원에서 혼자 살게 내버려두지도 않을 거야…」.
작은 꿈을 이루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 높지만 주인공 동호는 그냥 주저앉지 않는다.
「난 소원이 있어. 이 다음에 훌륭한 의사가 되고 싶거든. 우리 친구들 같은 사람이 생기지 않게 말이야. 그런데 의사 선생님들 중에는 나같은 아픈 사람이 하나도 안보여. 휠체어에 앉아 있는 이동호 의사선생님! 생각만 해도 멋있잖아. 그래, 난 희망을 갖고 살아. 사람은 희망이 있어야 한다잖아」.
「몽실이와 이빨천사」(김향이지음, 조혜란그림)는 지하도에서 만난 거지아이에게 장난감을 사주고 자기 또래의 서커스단 소녀를 보고 가슴아파하는 한 소녀를 통해 참된 사랑의 의미를 일깨워 주고 있다. 각권 5,500원.
〈한정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