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 대한 서구인들의 편향된 시각을 갈파한 대표적 인물로 미국의 문학이론가 에드워드 사이드(62·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가 꼽힌다. 팔레스타인출신인 그는 78년 자신의 저서 「오리엔탈리즘」에서 서구인의 동양인식에 대한 본격적 비판을 전개했다.
사이드가 말하는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에 대한 서양 사고방식의 총체」. 그는 동양에 대한 서양 인식의 본질을 규명하고 그것이 동양에 대한 서양의 지배와 깊이 연관된 것임을 밝혔다.
사이드는 서구의 근대정신이 그 합리성을 내세우기 위해 「광기」를 만들어냈다는 미셸 푸코의 주장을 원용, 서구가 자신의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해 동양이라는 타자를 필요로 했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동양은 「서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의 반대편에 있는 그 무엇으로 존재하게 된다. 서구가 합리적이라면 동양은 비합리적인 것이고 서구가 중심이라면 동양은 주변부라는 식.
그에 따르면 근대 서구 지성사에 나타난 동양의 이미지도 일그러져 있다. 일례로 프랑스의 자연주의 소설가 플로베르(1821∼1880)는 「보바리부인」 「감정교육」 등의 작품에서 동양을 성적 환상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곳으로 묘사하고 있다.
사이드는 최근 동양권의 부상과 관련, 서구의 경계심을 촉구한 새뮤얼 헌팅턴(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문명충돌론」에 대해 『냉전종식후 새로운 세계질서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서구문화의 강박관념의 한 표현』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한정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