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나무 속의 자동차」

  • 입력 1997년 11월 8일 09시 23분


개구리의 코를 유심히 살펴본 적이 있는가. 더욱이 비 오는 날 빗물에 젖어 있는 개구리의 콧날에 눈길을 준 적이 있는가. 만약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천사의 행복이 깃드는 순간은 아닐까. 「비가 오면/비에 젖는/뜸부기의 코/뻐꾸기의 코/개구리의 코//비가 오면/빗방울이 맺히는/방아깨비의 입/너구리의 입/메추리의 입」(「방아깨비의 코」) 중진시인 오규원씨(56)의 동시는 아름다움이 주는 행복감으로 가득하다. 뜸부기 방아깨비 메추리 너구리…. 그 이름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가. 동화작가 정채봉씨는 비룡소에서 다시 출간되는 오시인의 동시집 「나무 속의 자동차」(민음사)가 주는 감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햇살 따사로운 날, 꽃그늘까지도 환한 벚꽃나무 밑에서 바람이 흘려주는 벚꽃비를 맞고 있는 것 같은 아슴푸레한 감동이었다』 도시적이고 문명적인 취향의 시를 써온 시인. 치열한 시정신과 실험정신으로 언뜻 어렵고 딱딱하고 메마르게까지 느껴지던 그의 시. 정작 그 시의 속살을 가만히 들여다 보니 그처럼 아름다운 동시의 꽃씨가 터져나온다. 「한참 뒤/나비가 앉았던 자리에/가 보니/아기 젖꼭지만한/연분홍/복숭아꽃 몽우리가/뾰족/나와 있다」(「이른 봄날」) 암탉이 알을 낳듯이, 나비가 복숭아꽃 몽우리를 낳았다는 시인의 상상력이 놀랍다. 동심의 세계는 어른들이 쉽사리 닿을 수 없는 자연의 경이, 그 신비의 세계마저도 흉금없이 넘나드는 것일까. 5,000원. 〈이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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