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고싶다/히말라야]이인규/다시 오라 하네

  • 입력 1997년 10월 30일 07시 25분


9년전 난생 처음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에 가기 위해 카트만두에 도착했을 때 나는 혼란스러웠다. 구름같이 모여드는 짐꾼들,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행상 아낙네들, 구걸하는 아이들, 더러운 길거리, 각종 염료와 향료로 치장한 힌두신들, 짙푸른 하늘 멀리 보이는 히말라야 설산들. 그 속에서 보이는 네팔 사람들의맑은눈동자는흡사 구도자의 그것처럼 애정과 무소유로 가득차 있었다. 나는 그때부터 네팔 사람들의 눈(目)과 히말라야의 눈(雪)에 빠지기 시작해 이제는 1년에 두번씩 네팔에 갔다오지 않으면 시름시름 앓는 「네팔병」에 걸렸다. 트레킹하면서 경험한 일도 주마등처럼 흐른다. 변덕날씨 때문에 비행기가 뜨지 않아 카트만두에서 며칠씩 기다리던 일,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낭떠러지가 천길만길이어서 「버스가 추락해도 살아 생전 잘못을 반성할 시간은 충분할 것 같다」며 짐짓 태연한 척 했던 일, 대학생 큰딸과 함께 걸었던 유채꽃 사이로 우뚝 솟은 다울라기리 닐기리 투크채 사이로 난 작은 길과 정겨운 마을이 있던 안나푸르나 내원 트레킹을 우선 잊을 수 없다. 또 하늘을 바라보며 목욕하는 노천 온천욕, 코는 시리고 몸은 따뜻한 온천탕에서 마시던 맥주, 이름없는 히말라야 봉우리를 쳐다보며 서로 네 거다 내 거다하며 함께 간 동료들과 술잔을 기울이던 일, 가을비 오는 날 폐허가 된 자콧성 주위로 펼쳐진 붉은 메밀밭 사이를 말타고 거닐었던 일, 모닥불과 함께 늦도록 마신 네팔의 모든 술(창 럭시 퉁바 럼 사과술)과 텐트 틈 사이로 본 머리위에 이불처럼 펼쳐져 있던 무섭도록 많은 별…. 그러나 지금도 이맘때쯤이면 설산이 펼쳐진 오솔길을 바쁘지 않은 걸음으로 마음껏 걷고싶고 작은 꽃들을 사진찍고 선한 네팔사람들의 생활을 사랑하고 싶다. 난 네팔에 또 갈 것이다. 그곳에 가서 만년설을 머리에 인 흰산을 보며 내 마음 깊은 곳의 선(善)함이 다시 움트는 것을 느껴볼 것이다. 이인규(이인규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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