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가 로마를 다시 찾을 수 있는 방법은…. 트레비분수에 동전을 던지고 소원을 빌면 된다. 그래도 로마에 갈 수 없을 때는…. 레스피기의 「로마 3부작」을 들으면 된다.
「로마의 분수」 「로마의 소나무」 「로마의 축제」 등 전 3부 열두개 악장으로 된 교향시가 마치 로마에 다시 간 것처럼 생생한 인상을 일깨워 줄 것이다.
최근 영국 코니퍼사가 발매한 「로마 3부작」 새 CD가 관현악 팬들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다니엘레 가티 지휘, 로마 산타 체칠리아 관현악단 연주.
영국의 권위 음반지 「그라모폰」이 이 음반을 커버스토리로 다루며 『색채로 가득한, 뛰어난 경지의 세련미』라고 칭송했고 「클래식 CD」지는 『로마의 정통적 소리』라며 찬사를 보냈다.
산타 체칠리아 관현악단은 10월4일 새 상임지휘자 정명훈씨의 지휘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내한 연주를 갖는다. 음반을 바라보는 한국팬들의 관심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산타 체칠리아는 「로마 3부작」을 처음으로 연주한 악단.
「로마 3부작」은 20세기 초 이탈리아 작곡가 레스피기의 대표작이다.
첫곡 「로마의 분수」에서 그는 트레비분수 트리토네분수 등 로마의 곳곳을 수놓고 있는 분수를 묘사했다. 가장 인기있는 두번째 작품 「로마의 소나무」에서는 수천년전의 건축물들과 함께 로마의 지평선 풍경을 만들어내는 소나무를 그렸다. 마지막 「로마의 축제」는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로마의 즐거움과 광란을 멋지게 표현했다.
지휘를 맡은 가티는 영국 로열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그가 음반을 성공으로 마무리지은 데는 음색에 대한 그의 주의깊은 관찰이 크게 한몫을 하고 있다. 『어, 저 악기가 어디 숨어 있었지』하는 탄성이 일 정도로 그의 연주에서는 기존의 음반에서 들을 수 없었던 수많은 소리가 드러난다. 그가 소리의 공간을 캔버스삼아 칠하는 색채는 두꺼운 물감칠의 유화보다는 밑바탕의 색이 드러나는 수채화에 가깝다.
「아피아 대로의 소나무」 연주는 예전의 어느 연주보다도 서서히 절정을 향해가지만 투명하게 솟아오르는 트럼펫의 팡파르가 고대 로마의 진군행렬을 감동깊게 재현한다. 「황혼, 메디치가(家)의 분수」는 잔잔한 현악기의 미동속에 귓전까지 로마의 저녁공기를 끌어온다.
〈유윤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