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박수룡씨(43)는 다른 작가들과 다르다. 회화를 전공하면서 조각작업을 한다. 회화는 단순한 평면이 아닌 반입체고 조각 속에는 회화가 등장한다. 돌에 물감을 칠하고 불로 지지기도 한다.
그가 2년만에 여는 개인전에는 이처럼 실험작업을 거듭해오면서 새롭게 창조해온 독특한 형상들이 선보인다. 23일∼10월4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02―734―0458).
전시되는 작품은 돌작품 11점을 중심으로 모두 30여점. 특히 눈에 띄는 작품은 최근의 화성탐사를 표현한 작품들. 단위 회화 32점으로 이루어진 대작 평면작업 「화성중계」, 과학자가 화성을 설명하는 돌조각 「화성촌 설명회」, 조선초 과학자인 장영실이 화성에 간다면 어떤 모습을 지었을까를 표현해본 「화성간 장영실」.
박씨는 『동화의 세계로 남아있어야 할 신비스러운 곳이 과학의 이름으로 자꾸 벗겨지는 현실이 아쉬워 이를 표현했다』며 『문명이 이제라도 멈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화성을 그린 두 조각은 완성된 작품을 토막낸 다음 다시 조합해 만든 작품. 일부 토막에는 물감이 칠해져 있다.
『돌을 빚어 작품을 완성했는데 전혀 제가 생각한 모습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톱으로 잘라 흐트러뜨려 다시 조립했어요. 그제서야 조금은 처음의 생각에 가까워졌어요. 이처럼 흐트러져 어지럽고, 그래서 알듯 모를 듯한 것이 바로 현대인의 모습이 아닌가 싶어요』
그가 지금까지 빚은 돌조각 중에는 4m가 넘는 대작이 많다. 야외에 놓인 이 대작들은 햇빛의 강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모습이 변한다. 아침 낮 저녁에 보는 모습이 각각 다르다. 박씨는 실내에서만 이루어지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조각품의 이같은 매력을 느낄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작업을 하다보면 온몸에 하얗게 돌가루를 뒤집어쓰게 됩니다. 반은 사람이고 반은 돌가루죠. 빨랫비누로 온몸을 씻어낸다음 작품을 다시 봅니다. 작업때보다 훨씬 더 큰 애정이 생깁니다. 돌은 정직합니다. 힘쓴 만큼 효과가 나타나거든요』
〈송영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