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화제의 책]「달님은 알지요」,고향냄새 물씬

  • 입력 1997년 9월 20일 07시 10분


『별고개까지 태워 줄게. 뒤에 타거라』 『괜찮아요』 『선생님도 괜찮다』 『허리를 꽉 잡아라』 자전거에 올라탄 송화는 부끄러워서 가만히 있었다. 『떨어져도 난 모른다』 선생님이 갑자기 자전거 페달을 밟자 엉겁결에 송화는 선생님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선생님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휘파람을 불었다. 선생님한테서는 풀꽃 냄새가 났다. 칡꽃 냄새랑 방아꽃 냄새를 버무려 놓은 것 같은 냄새였다. 송화는 선생님 등에 사알짝 얼굴을 대 보았다. 「아빠 냄새도 이럴까」. 송화의 뺨에 발그레하게 꽃물이 들었다. 아빠랑 함께 타는 자전거라면 얼마나 신이 날까…. 우리말을 시처럼 예쁘게 「그리는」 동화작가 김향이씨(45). 그의 장편동화 「달님은 알지요」(비룡소). 삼성문예상을 수상한 이 작품을 읽고 있으면, 마치 비온 뒤 원두막에서 갓 따온 참외를 베어무는 것처럼 우리말의 단내가 입안에 가득 고인다. 눈 덮인 알프스를 배경으로, 공주나 왕자가 등장하는 「먼나라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고향산천을 배경으로 엄마 아빠가 살아온 정겹고 풋풋한 이야기를 담았다. 굿하는 할머니가 부끄러워 외톨이가 된 송화. 다리를 다친 검둥이 개를 키우며 외로움을 달랜다. 그러다 사귄 친구와 서로 비밀을 하나씩 나눠가지며 우정을 가꾸고…. 그러다 불현듯 송화를 찾아온 아버지. 아버지를 따라 도회지로 옮겨와 정을 붙이고 살게 되는데, 어느날 갑자기 할머니가 먼저 살던 마을로 돌아가 굿판을 벌인다. 두고 온 고향, 이북땅을 그리워하는 「통일굿」. 작가는 『가족과 이웃간의 끈끈한 사랑을 그리고 싶었고, 조금 욕심을 내자면 이산가족의 슬픔도 함께 보듬어 안고 싶었다』고 말한다. 값 4,000원. 〈이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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