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날개 돋쳤다…작년 1조4천억발행 명절때 폭발적

  • 입력 1997년 9월 8일 07시 46분


상품권은 이제 「제4의 화폐」. 지폐와 수표, 신용카드에 이어 상품권이 「또하나의 화폐」로 급속히 자리잡고 있다. 4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1층 매장. 입구쪽이 유난히 붐볐다. 바로 상품권 판매 코너. 수십명이 은행에서처럼 대기 번호표를 들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추석 3∼4일 전이 되면 두시간씩 기다려야 할 정도』라고 백화점측은 설명했다. 상품권코너 앞의 이런 북새통은 일년에 꼭 네번씩 벌어진다. 추석과 함께 상품권 최대 「대목」인 설날과 5월 그리고 연말. 작년의 경우 이 기간에 팔린 상품권은 1년 매출액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70년대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금지됐다가 94년 발행이 재개된 뒤 3년. 상품권 발행량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의 총발행물량은 1조4천1백억원. 94년 4천9백억원대에서 2년만에 3배에 육박했다. 상품권이 이렇듯 높은 인기를 끄는 까닭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쇼핑하는 재미」를 함께 선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을 살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물건을 사서 줄 때보다 받는 사람이 훨씬 더 좋아하더라구요. 자유롭게 자기가 원하는 물건을 골라 살 수 있으니까요』(주부 김영화씨·36) 「쇼핑 자체가 즐거운」 요즘 사람들의 구미에 딱 들어맞는다는 것.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는 선물문화의 반영인 셈이다. 올초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의 조사에서도 소비자의 78.6%가 「받고 싶은 선물 1위」로 상품권을 꼽았다. 갈비짝을 들고 집으로 찾아가던 모습은 이제 상품권의 위력 앞에 「옛 풍경」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동식(李東湜)롯데백화점상품권담당 과장은 『생활수준 향상으로 「푸짐한」 선물보다는 꼭 필요한 물건을 선호하는 추세에 우리나라 고유의 「고액 선물」 문화가 결합한 것』이라고 상품권의 인기를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상품권은 점차 많은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중소기업들까지 상품권 발행에 나섰다. 중소기업 공동상품권의 가맹점이 1년만에 초기의 3배가 넘는 5천1백개로 늘었다. 특히 국산 구두의 경우 상품권으로 구매하는 비율이 90%가 넘는다. 「현금으로 구두를 사면 바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 전체 발행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백화점 상품권은 「불황을 타지 않는 상품」으로 떠올랐다. 극심한 매출부진에 허덕이던 올 상반기에도 백화점의 상품권 발행량은 작년보다 52%나 증가했다. 백화점들은 자연히 「효도상품」으로 자리잡은 상품권의 판촉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특히 불황 속에 맞는 올 추석에는 대부분의 백화점이 『믿을 것은 오직 너뿐』이라며 상품권 매출에 그야말로 온 힘을 쏟고 있다. 롯데 신세계 등은 10만원권 이상 상품권은 어디든 배달해주는 서비스에 나섰다. 현대는 직원들이 직접 전달하지 못하는 지역은 등기우편을 이용, 배달해준다. 그레이스 등 중소업체도 배달서비스에 따라 나서고 있어 올 추석은 백화점간에 한바탕 「상품권 전쟁」이 벌어질 것같다. 〈이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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