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훈련장 휴대전화 공해…자영업자등 너나없이 소지

  • 입력 1997년 8월 31일 08시 58분


『그래, 일단 1백개만 납품하라고』 지난 20일 오전 서울 외곽 육군 모부대 예비군훈련장. 인근 사격장의 총성이 바람을 가르는 가운데 예비군 K씨(26·자영업)는 휴대전화로 거래에 열중했다. 최근 예비군훈련장에서 휴대전화를 소지한 채 훈련을 받는 예비군들이 적지 않다. 휴식시간은 물론 훈련중에도 일부 예비군은 휴대전화에 대고 뭔가를 소곤거린다. 교관인 K씨는 『강의 도중 구석구석에서 전화통화를 해 주의를 주는 경우가 많다』면서 『일시적 압수 등 제재를 가할 경우 「생업을 포기하란 말이냐」는 항의가 빗발쳐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에게 휴대전화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해당 예비군들의 항변. 과일 채소 등 식료품 중개업이나 문구 장난감 등 소규모 공산품업자들은 계약업체와의 연락이 하루라도 두절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는다는 것. 특수 전문직에 종사하는 예비군도 마찬가지. 모 기업에 대한 컨설팅 업무를 맡고 있는 공인회계사 S씨(27)는 『예비군 훈련에 참가한다고 해서 업무에서 해방되지 못한다』며 『회계관련 서류나 금액 등에 대한 문의로 훈련 도중 10여차례 호출을 받는 날도 있다』고 말했다.부대 관계자는 『공공연히 손에 들고 다니는 것은 규제를 하지만 속옷 등에 넣고 들어올 경우 몸을 함부로 수색할 수 없어 애로가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승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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