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코프스키 교향곡 「비창」의 4악장처럼 아주 여린 「피아니시모」로 끝나는 곡이 연주된 뒤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박수를 치는 것은 연주자를 모독하는 행위가 됩니다』
조찬모임에 참석한 파고다 로타리클럽 회원 30여명은 음악평론가 탁계석씨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지난달 24일 서울 롯데호텔의 한 연회장에서 진행된 「박수치는 매너」특강의 한장면. 탁씨는 『경제력은 있으나 연주회 등 문화행사에 익숙하지 않은 40, 50대가 주축인 모임에서 「관람매너」를 강의해 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는다』고 말했다.
최근 「매너 배우기」바람이 일고 있다. 80년대 말까지는 외국인을 주고객으로 하는 호텔 항공사의 직원이나 외교관이 주로 서구식 매너교육을 받았으나 요즘에는 일반 회사원과 주부 학생들까지 폭넓게 매너강좌를 찾고 있다.
삼성그룹 신동아그룹 한화그룹 등 대기업들은 강사를 초빙, 사내에서 한달에 1, 2회씩 매너특강을 실시하거나 연수원의 프로그램에 매너교육을 「필수과목」으로 끼워넣고 있다.
매너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강사만 전국적으로 1백여명이 활동중이다.
국제친절매너연구원의 여운걸소장은 『예전에는 간부사원을 위한 해외생활매너교육이 많았으나 요즘은 손님을 대할 때 필요한 고객접대매너와 직장 상사나 동료들 간에 부드러운 관계를 맺는데 필요한 직장매너교육이 강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매너관련 서적을 찾는 사람도 늘어났다. 지난해초부터 8월초순까지 테이블매너 해외여행매너 옷입기매너 직장매너 연주회관람매너 등으로 세분화된 50여종의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교보문고 경제경영코너의 최순애주임은 『매너관련 서적만 하루 20∼30권씩 팔려나간다』면서 『직장인들 외에 주부나 중고생까지 찾는 사람도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신라호텔이 7월초부터 주말에 격주로 열고 있는 「주두남클럽(주말이 두려운 남자들을 위한 클럽)」에는 때와 장소에 따라 적절한 옷을 입는 코디법과 테이블매너 등을 배우기 위해 20, 30대 남성 회사원들이 몰리고 있다.
르네상스 서울호텔에서 지난달 23, 24일 이틀간 방학을 맞은 중고생을 위해 열린 테이블 매너교실에는 2백여명의 중고생과 부모들이 참석, 양식 테이블매너를 배웠다.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온 경남 남해군의 남해전문대 강신출교수(전기과)는 『국제화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이 정도 매너는 반드시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해 비행기를 타고 상경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매너배우기 바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단지 「서구식 예절」을 배우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여운걸소장은 『매너란 함께 사는 사람들과 기분좋게 관계를 맺도록 해주는 윤활유같은 것이며 그 바탕에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따뜻한 심성이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