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람선대학 세계여행⑤]이스라엘

  • 입력 1997년 8월 12일 08시 16분


[문형진씨 참가기] 이스라엘에 와서 사해를 안가볼 수 있나. 사해의 물과 근처의 검은 진흙은 피부병과 젊음을 유지하는 데 효능이 있다는 말이 있어서인지 여학생들의 기대가 자못 컸다. 염도는 지중해의 9배. 만약 그 물을 마시게 되면 간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도 있다는 게 안내원의 설명이었다. 더구나 월정행사(달거리)를 하는 여학생들은 들어가면 큰일 난다고 말했다. 그러자 여학생들 몇몇이 말도 안된다는 투로 『왜 안되는지 이유를 대라』며 따졌다. 안내원은 왜 안되는 지는 자신도 잘 모르지만 의사들이 꼭 그렇게 해야 된다고 경고했다고 말하자 금세 불만이 사그라졌다. 예루살렘 구시가지는 중동이 얼마나 역사적 종교적 민족적으로 뒤엉켜 있는 곳인가를 한마디로 설명해 주는 곳이었다. 크리스천지구, 이슬람교도 지구, 유대인지구, 아르메니아인 지구 등 4개권역으로 나뉘어 있는 것도 그렇고 각 지역마다 그들만의 고유한 풍습을 이어가며 사는 것도 그랬다. 그러나 이런 것도 이제는 「돈」이라는 하나의 깃발아래 조금씩 허물어 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관광객에게 물건을 팔때는 종교도 민족도 다를게 하나도 없었다. 물건도 비슷비슷 했다. 「90% 왕창 세일」 「예수님이 쇼핑했던 가게」 등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붙잡기에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내 놓았다. 이스라엘의 「짬뽕문화」도 특이했다.얼핏 생각하면 이스라엘은 단일문화를 이루고 살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었다. 음식 놀이 옷 춤 등 세계각국의 모든 문화가 뒤섞여 있었다. 2천년동안 여러나라에서 흩어져 살다가 모였으니 그럴만도 했다. 유람선대학의 현대판 오월동주. 이집트출신의 경영학교수 마젠과 이스라엘출신의 철학교수 신드로비치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었다. 평소에 이 두 교수는 서로 거의 말을 안했다. 식당에서 밥 먹을 때도 서로 멀리 떨어져 앉았다. 어쩌다 마주치면 서로 어색해 하며 눈길을 슬그머니 돌려버렸다. 그러나 이런 그들에게도 숙명적인 만남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두 교수를 상대로 중동문제에 대한 공개 포럼이 예정되어 있었던 것. 이스라엘과 이집트를 여행하기에 앞서 그 나라 출신인 이들로부터 중동문제의 핵심이 뭔지 들어보자는 의도에서 였다. 유람선대학의 학생들과 교수들의 관심은 놀라울 정도로 뜨거웠다. 마침내 포럼 시간. 두 교수는 30도 각도로 서로 등을 돌리고 앉았다.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 듯 두 사람은 포럼이 진행되는 동안 어깨동무를 하는 등 억지춘향격으로 제스처도 연출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욱 더 둘 사이엔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이들의 이야기는 새로울게 별로 없었다. 중동문제의 핵심은 두 민족 사이에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쌓인 「민족감정」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다. 포럼은 열띤 공방에도 불구하고 큰 불상사는 없었다. 가끔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지만 시종 논리적이고 차분했다. 성숙된 토론문화라는 게 바로 이런 거로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부러웠다. 어쨌든 이 포럼이 끝난후 우리는 이스라엘과 이집트를 각기 방문하게 됐다. 이스라엘의 신드로비치교수는 자기는 절대로 이집트 땅에 발을 디딜 생각이 없다며 우리가 이집트를 여행하는 동안 단 한번도 이집트 땅에 내려오지 않고 배를 굳게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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