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 참사/탑승객 사연]一家피해 많아 비통 더해

  • 입력 1997년 8월 6일 20시 29분


KAL기 추락사고 유가족대책본부가 설치된 서울 강서구 등촌동 대한항공 교육훈련센터에는 탑승자 유가족들이 6일 새벽부터 몰려들어 TV를 통해 현지상황과 탑승자 명단을 확인하며 가족의 생사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애를 태웠다. 이날 오전 8시20분경 대한항공측에서 생존자 중 1차로 30명을 확인해 명단을 발표하자 이 명단에 자신의 가족 이름이 없는 사실을 확인한 30대 여인은 그 자리에서 쓰러진 채 오열. ○…대한항공 괌지점장인 朴琓淳(박완순·44)씨는 이번 사고로 부인 김덕실씨(44)와 아들 수진군(12)을 잃었으나 자신의 슬픔을 뒤로 한 채 사고수습에 나서고 있어 주위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사고기에는 딸 주희양(16)도 타고 있었으나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이들 가족은 보름전 괌 지점장으로 임명된 뒤 현지에 부임한 가장과 합류하기 위해 현지로 가던 길이었다. ○…사고대책본부를 찾아온 일본 노무라증권 한국지사 박정실차장(41)의 가족은 『박차장 부부가 자녀 2명과 함께 지난해 연말 회사에서 사원 인기투표로 받은 3박4일짜리 괌여행 티켓으로 관광을 떠났다』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통곡. ○…승무원 중에는 올 가을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여승무원 허세경씨(23)가 포함돼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허씨의 언니(27)는 『올봄에 결혼식을 올리려고 했다가 사정이 여의치 않아 가을로 미뤘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허탈한 표정. ○…부인 이명자씨(42), 아들 태영군(9·속초 교동초등교 2년)과 함께 사고기에 탑승한 것으로 확인된 김택정변호사(45·강원 속초시 교동)의 친 인척들은 김변호사와 가족의 생존사실이 확인되지 않자 매우 불안한 표정. 김변호사의 형 澤松(택송·53)씨 등은 『동생이 오랜만에 부인과 아들을 데리고 해외로 휴가를 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사고를 당했다』며 눈물. ○…이날 오전 8시 언니가 탄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소식을 듣고 탑승자가족대책본부에서 마음을 졸이며 현지 생존자 명단을 기다리던 孫善花(손선화·22·상업)씨는 대책본부로부터 언니 선녀씨(24)가 『괌 메모리얼 병원에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안도. 손씨는 그러나 『언니가 여행을 떠나기 5일전 「벌레가 가슴을 물어뜯어 피를 흘리는 꿈을 꿔 이번 여행이 마음내키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어떻게든 괌에 들어가 언니를 간호하겠다』고 말했다. ○…인기성우 장세준(40) 정경애씨(41) 부부도 두아들 성민(10) 재민군(4)과 함께 사고기에 탑승. 장씨는 지난 82년 KBS 성우 17기로 데뷔, 홍콩 영화의 成龍(성룡)전문성우로 활동. 77년 동아방송 성우 7기로 출발한 정씨는 「요술공주 세리」 「빨강머리 앤」 등 만화영화와 TV드라마 「트윈픽스」 등 히트작을 비롯, KBS 「사람과 사람들」 「동물의 왕국」에서 목소리연기를 맡아왔다. 당초 탑승객 명단에는 인기탤런트 이정재씨와 박소연씨 등 연예인과 같은 이름이 들어있어 이들의 탑승여부가 관심을 끌었으나 동명이인(同名異人)인 것으로 확인. ○…공직생활 11년만에 첫 해외여행을 떠난 서울 마포구 공덕1동 동사무소 직원 이경구씨(35)는 가족과 함께 탑승했다가 참변. 서울 강남구 일원동 공무원 임대아파트에 사는 이씨는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부인 한현경씨(36), 딸 그린양(7)과 함께 떠났으나 첫 해외여행의 꿈은 산산조각. 이씨의 동료들은 『86년 9급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간다며 그렇게 좋아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6년전 인도네시아로 건너가 무역업을 하고 있는 한상권씨(39·충북 청주시 수곡2동 주공아파트) 부부와 딸 정희양(10·한솔초등교 4년) 아들 도희군(5) 등 일가족 4명은 모처럼 재결합한 가족이 해외여행을 떠났다 참변. 지난 7월말 일시 귀국한 한씨는 별거상태인 부인 정씨와의 재결합을 위해 이번 여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사고 현장에서 전해지는 사고상황을 주의 깊게 관찰하던 유족들은 『생존율이 높은 좌석이 어디냐』고 서로 물으며 가족의 배정 좌석을 알아보는 등 소동. 유족들은 오후들어 『방송사와 시간에 따라 생존율 높은 좌석이 계속 변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다 당초 50여명으로 계산됐던 생존자들이 30명에 불과한 것으로 보도되자 낙담. ○…괌으로 가는 대한항공 801편에는 9명이 예약을 해놓고도 탑승하지 않아 구사일생으로 화를 면한 것으로 판명. 대한항공 관계자는 『사전에 예약을 취소한 사람을 제외하면 당초 최종 예약자는 2백40명이었으나 9명이 비행기에 타지 않아 탑승객은 모두 2백31명』이라고 밝혔다. 5일 괌으로 집단휴가를 떠났던 LG건설 직원들은 간발의 차로 사고비행기를 피한 것으로 밝혀져 안도. 최근 괌에서 준공한 「라데나타워 콘도」의 정식 오픈을 앞두고 일부 시설을 시범운영중인 LG건설은 이날 현지로 20년 근속직원 등 모두 27명을 사고비행기를 이용, 4박5일 일정으로 포상휴가를 보낼 예정이었으나 사고비행기보다 30분 후에 괌으로 출발하는 아시아나(OZ262편)의 요금이 더 저렴하다는 실무진의 권고로 탑승편을 교체. 이밖에 801편에 단체 또는 개인적으로 예약했다 미리 취소한 인원은 5백76명에 달하는 것으로 대한항공은 집계. 〈양기대·하종대·이진영·한정진·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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