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다리 『앉은키라도 줄여야』…신체검사 「키재기 신경전」

  • 입력 1997년 6월 23일 20시 11분


『선생님. 전 원래 몸이 이래요』 서울 강남구 신구중학교 2학년 신체검사장. 정확한 앉은키를 재려는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놀림받는 「숏다리」가 되지 않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 앉은키를 줄이려는 학생들간의 팽팽한 신경전이 한창이다. 「롱다리」를 선망하는 학생들에게 큰 앉은키는 짧은 다리로 아장아장 걸어가는 「숏다리」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키를 잴 때는 단 1㎜라도 더 크게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던 학생들이 앉은키를 잴 때는 담임선생님의 호령에도 아랑곳없이 몸을 피하고 구부리기 일쑤다. 앉은키를 줄이려는 학생들이 가장 애용하는 방법은 슬그머니 고개를 숙이는 것. 그러나 두 눈을 시퍼렇게 뜬 선생님이 억센 힘으로 이마를 밀어 받침대에 고정시키면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정확한 측정을 방해하는 것도 한 방법. 몇 번 실랑이를 벌이다 시간에 쫓긴 선생님이 포기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이 방법 역시 「깐깐한」 선생님들의 감시망을 피할 순 없다. 그러나 비장의 카드는 어디든 있게 마련. 어깨를 늘어뜨리고 엉덩이를 앞으로 빼면 앉은키는 크게 줄어든다. 학생의 몸을 직각으로 만들려는 선생님과 『원래 몸이 조금 굽어 있다』고 강변하는 학생들간의 설전이 오고간다. 「끈질긴 승부근성」을 가진 몇몇 개구쟁이는 최소한 2∼3㎝는 줄어든 앉은키를 「쟁취」하게 된다. 이날 어느 학생 못지않게 앉은키를 놓고 선생님과 신경전을 벌였던 방승현군(14·중2)은 『키가 아무리 커도 다리가 짧으면 「숏다리」라는 놀림을 피할 수 없다』며 『하체가 짧은 친구들은 옷을 입어도 엉덩이를 가리는 옷만 골라 입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래저래 늘씬한 「롱다리」를 선망하는 학생들은 「키는 크게, 앉은 키는 작게, 몸무게는 가볍게」를 외치며 신체검사 몇 주일 전부터 체력단련과 다이어트에 열중한다고 한다. 이 학교 신혜숙교사(35·여)는 『여학생들 뿐만 아니라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몇몇 남학생들도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사춘기 청소년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정확한 체중과 신장을 아는 것이 스스로 건강을 체크하는 기본이기 때문에 바른 자세로 신체검사에 임하도록 주의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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