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끝마다『맨』 이상한 10대 열풍…흑인스타일 별난 유행

  • 입력 1997년 6월 17일 07시 54분


『시험 잘봤니, 맨』 『아니, 맨. 너는, 맨』 『그저 그래, 맨』 최근 1318의 세계는 「맨」열풍이다. 「맨(MAN)」이란 영어로 「사람」또는 「남자」. 구어(口語)로는 친근한 사이에 붙이는 「친구」내지는 「어이」 「이봐」 등의 뜻으로도 쓰인다. 흑인들이 특히 많이 사용하는 「맨」. 흑인 랩음악이나 할렘가 검은세계를 다룬 영화 등에서는 거의 「홍수」다. 청소년들의 거침없는 「맨」사용에 대해 30대 「낀 세대」인 박홍렬씨(34·의사)는 적응이 쉽지 않다. 『전철에서 학생들이 「맨」하는 것을 듣고 처음에는 별명인줄 알았다. 그 뜻을 알게된 후 참 이상한 유행어도 있다고 생각했다』 「맨」선풍은 신세대의 「입」뿐만 아니라 차림새에도 불어닥쳤다. 땅에 질질 끌리는 통넓은 청바지에 헐렁한 박스티셔츠, 항공모함처럼 커다란 신발. 서울 이태원 압구정동 등지에는 흑인 힙합스타일의 옷과 신발을 사려는 중고생들로 붐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신세대들의 반응은 의외로 간단명료하다. 서울 S고 김모군(17)은 말한다. 『멋있잖아요』 「맨」유행은 매스컴에서 선도한다는 지적도 있다. 모방송국 인기라디오프로그램에는 「맨」을 붙인 고정코너가 있을 정도다. 『나는 그런데 가본적 없어, 맨』 『단속하니까 전화방 망하겠다』 『우리나라처럼 단속 많은데도 없을 거야, 맨』 지난달 한 라디오프로그램에서 방송된 「전화방단속」관련 코너다. 집게손가락을 밑으로 내려 꽂는 탄력적인 몸짓과 함께 「맨」하고 부르는 10대들. 문화평론가 이성욱씨(37)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에서 흑인문화전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랩」 「힙합」등 흑인문화 저변에 깔린 「인종갈등」 「가난」 등에 대한 이해 없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현실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승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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