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남 외 지음/강/5천원)
최일남 이문구 김원우의 교집합(交集合)을 맞춰 내려는 건 부질없는 욕심. 개성강한 세 이야기꾼의 중단편을 모았다. 「오 아메리카」 「장이리 개암나무」 「샛길에서 나홀로2」. 눈썰미 있는 독자라면 작가 이름을 가려도 단박에 누구의 글인지 맞힐 수 있다.
1960년대 후반, 촌로가 신문사 문화부를 찾는다. 국졸 학력의 아들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땄으니 신문에 내달란다. 미담기사로 손색이 없을 터였지만 거짓임이 드러난다. 제보자의 꿍꿍이가 어렴풋이 짐작될 즈음 노인은 스스로 목을 매고…(최일남의 「오 아메리카」).
신문쟁이 시절의 경험을 살린 소품. 그러나 이 짧은 소설에 한국현대사의 명암과 아픈 기억들이 스며 있다. 성조기에 압도당한 한국 대중문화의 종속성, 전쟁이 남긴 연좌제의 망령, 신문은 독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흘려버리기 딱 알맞은 에피소드를 문학의 소재로 격상시켜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간다. 사람살이의 속내와 역사를 한꺼번에 읽어내는 통찰이 기가 차다.
고향냄새 물씬 풍기는 이문구의 걸쭉한 글밭을 지나면 연부역강한 김원우의 진지한 인간성찰이 기다린다. 이것이면서 저것이기도 한 이율배반적 이중성. 「삶의 막막함」에 방황하는 중년남자의 자기모색이 아릿하게 다가온다.
억척스런 부모 덕에 온전히 교육받아 교수부인 만나고 큰 회사 이사자리에도 올랐다. 청춘바친 일터에서 떼밀려난 다음에야 인연의 오묘함에 눈뜨게 되는 건 무슨 조화인지. 고민덩어리 세상에서 고민을 부여안고 살아야 하는 인간의 숙명을 곱씹는다.
〈박원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