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책을 가까이]「람세스」 「페루에는…」

  • 입력 1997년 5월 20일 08시 52분


『알을 깨고 나오는 아픔을 아니?』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어봤니?』 누군가 이런 「유치한」 질문을 하면 『그럼! 아직 그 책 안 읽은 사람도 있나』라고 똑같이 「유치하게」 튕기지 말자. 하이틴 로맨스의 세계에서 허우적대면서…. 그나마 논술에 대비해 세계고전명작선과 한국근현대문학선을 바쁘게 훑어보고 『밑줄 긋고 외울만한 것 없나』 눈독이나 들이면서 말이다. 물론 입시에 시달리는 불쌍한 신세이다보니 요점정리식 독서경향이 자꾸만 늘어나는 현실은 당연지사. 그렇다고 현실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최근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선정, 발표한 청소년 권장도서를 활용해 여유있는 책 읽기에 도전해보자. 문학적 향기를 진하게 맡아보고 싶다는 도전의 용기부터 꺼내보자. 「람세스」(문학동네)는 지식과 재미를 동시에 얻게 하는 역사소설이자 풍속소설. 저자 크리스티앙 자크는 고대 이집트를 무대로 가장 위대한 파라오로 불렸던 정복왕이면서 건축왕인 람세스2세의 일대기를 다섯권의 책으로 재현했다. 현재 4권까지 번역 출간됐다. 이문열의 「선택」(민음사)의 시대적 배경은 조선시대. 이씨가문의 조상인 정부인 장씨를 중심으로 사대부집안의 규방생활과 규범을 다뤘다. 유교적 여성관을 바탕에 깔고 있어 최근 문단내외에서 페미니즘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화제작이기도 하다. 페미니즘이 뭐길래 논쟁까지 벌일까.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사계절)는 독일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으로 편하게 읽힌다. 미리암 프레슬러 지음. 1950년대 초 독일의 한 보육원을 배경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철저히 거부하며 자신만의 세계로 파고들던 열네살 소녀 할링카. 어느날 세상과 인간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하면서 보육원 친구들 사이에 우정과 연대감을 느끼고 비로소 자신이 행복에게 의자를 내주었음을 깨닫게 된다. 「페루에는 페루사람들이 산다」(문학과지성사)는 문학평론가 김병익씨가 남미와 아프리카 중국 등 나라 안팎을 여행하면서 느낀 단상을 묶어 펴낸 산문집. 페루 쿠스코의 달을 보고 느낀 감상. 잉카문명의 숨결이 살아있는 마추피추 유적에서 느낀 침묵의 역사…. 섬세한 필치속에 묻어나는 다양한 삶의 풍경들에 대한 작가의 눈깊은 성찰과 내면적 고백을 놓치지 말자. 〈김경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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