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원」다시 일어선다…협력업체들 재기 협조

  • 입력 1997년 3월 30일 08시 30분


[권기태기자] 국내최대의 종합 단행본 출판사인 고려원이 부도를 낸지 29일로 일주일. 회생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조금씩 희망적인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고려원직원들은 관련업체들의 협조와 대형베스트셀러 탄생 가능성 등으로 부도이후 모처럼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출판사측은 그간 맺어온 출판계 인간관계와 특유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다. 지난주말 부도 이후 채권단의 물권확보 차원에서 일시 폐쇄됐던 초대형 파주창고(보관도서 3백만권)도 도서 출고를 재개했다. 그동안 거래관계에 있던 인쇄 제지 제본분야의 협력업체들이 이번주 잇따라 회합을 갖고 고려원 재기에 적극 협력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함에 따라 취해진 조치다. 이는 고려원과 같은 대형 출판사가 그대로 무너질 경우 문화 출판 유통계 안팎에 일어날 파장이 너무 심하다는데 의견을 함께 한데서 나왔다. 고려원 박건수전무는 『회사 정상화까지 용지지원을 해주겠다는 용지상이 나선데다 「문화분야에 관심이 많은」 국책은행에서 여신지원을 적극 고려하고 있어 크게 원기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주 내한한 유미리씨의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가족 시네마」가 폭발적으로 팔려나가는 것도 큰 힘이 되고 있다. 「가족 시네마」는 최근 교보문고에서 있은 작가 사인회에서 1시간 내내 60여m나 되는 독자로 장사진을 이뤄 초대형 베스트셀러의 징후를 보였다. 이는 곧바로 이번주 교보문고 종합베스트셀러 1위로 이어져 고려원측은 초판 5만부에 이어 재판 5만부 인쇄에 들어갔다. 유미리씨의 다른 베스트셀러 「풀 하우스」도 재판 5만부 인쇄에 들어갔다. 예정된 출판 스케줄에 따라 중국 고전시리즈 「시경」과 여성 추리작가 권경희씨의 에세이집 「요설록」도 펴냈다. 고려원에 대한 출판인들의 관심과 격려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말 이후 지켜온 베스트셀러 1위를 「가족 시네마」에 일시 내준 「아버지」의 출판사 사장 임성규씨는 『부도이후 「책을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출판사를 키워봐야 저렇게 되는구나 하는 비감에 빠진 출판인이 적지 않았다』며 『「가족 시네마」 호조 소식을 듣고 아무 생각없이 기뻤다』고 말했다. 고려원 편집장을 지낸 둥지출판사 황근식사장은 『고려원은 무엇보다 독서인구 저변확대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출판사 중 하나』라며 『유미리씨가 「어둠 속에서 커온 꽃」이듯 고려원도 이 위기를 헤쳐가길 음양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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