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밴 웃음 「명퇴시리즈」 신조어 한창

입력 1997-01-17 20:19수정 2009-09-27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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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華盛기자」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에 대한 불안감으로 잠못 이루는 중장년 남성들 사이에 자조 섞인 「명퇴시리즈」 신조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돌고 있다. 이미 시중에 널리 알려진 명태족 동태족 황태족 등의 어물전 시리즈는 요즘엔 생태족 북어족 조기족 등으로 가지치기가 한창이다. 명태족은 명예퇴직한 사람들의 일반적 통칭. 동태족은 꽁꽁 얼어 붙은 엄동설한에 명퇴를 당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황태족은 「나만은 아니다」라고 생각했는데 어느날 「황당한」 해고나 퇴직을 당한 사람들. 생태족은 안 나가겠다고 울며 불며 매달려 보기도 했지만 결국 「생매장」당한 경우. 북어족은 끝까지 버티다 북어처럼 두들겨 맞아(?) 명퇴당한 사람. 조기족은 30대 등 젊은 명퇴자들을 통틀어 일컫는다. 끝까지 버텨 살아 남은 사람들은 낙지족이라 부른다. 부러움과 시샘이 반반 섞인 경우도 있다. 퇴직금에 두둑한 플러스 알파를 받은 사람들은 「알밴 명태」, 퇴직금만 겨우 받고 나온 사람은 「매앵∼태」다. 명퇴조치가 단행될 무렵 사내엔 살생부와 블랙리스트가 나돌고 신판 고려장이니 토사구팽이니 하는 말들이 조심조심 오간다. 이때 생존증후군 시리즈가 시작된다. 「인사부에서 전화왔어요」 「정원 초과입니다. 한분만 내려 주세요」는 이때 농담반 진담반으로 유행하는 말이다. 「책상 빼」나 「작두를 대령하라(TV드라마 포청천 흉내)」도 마찬가지. 퇴근할때 『나 명퇴(명예퇴근)할거야』도 빠지지 않는 말중의 하나다. 잘 나가던 사람이 명퇴당할 때는 「잔치는 끝났다」, 대기발령자는 윈도 맨(할일 없어 창가에 서서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나 잉여 인간이라 부른다. 낮에는 직장에서 「고개 숙인 순한 양」으로 있다가 밤엔 빵집이나 꽃집 등 부업을 하는 「2부제 직장인」들도 부쩍 늘어난다. 다음은 내 차례가 아닐까 고민 끝에 지레 겁먹고 스스로 물러 나는 하차족(下車族)도 하나 둘 나타난다. 명퇴를 당한 사람들의 행태를 풍자한 「폐품」시리즈엔 남자의 진한 눈물이 배어 있다. 관악산족 도봉산족 북한산족 남산족은 가족에게 명퇴사실을 얘기하지 않고 아침에 넥타이를 맨 채 출근해 주변 산을 오르는 넥타이 등산부대를 말한다. 어슬렁족은 동시상영극장 공원 경마장 등을 배회하는 사람들. 명퇴자들은 아내에게 명퇴 사실을 어떻게 고백할까. 그것은 바로 「미나명」(미안해, 나 명예퇴직 당했어)이다. 대기업의 부장으로 있는 최영균씨(46)는 『나도 언제 당할지 모른다는 사실이 늘 머리를 짓누른다. 문득 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 보일 때에는 꽃 한송이 사들고 집에 가 아무 말없이 아내에게 건네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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